호주 대법 "IS 조직원이라도…재판 없는 시민권 박탈은 위헌"

입력 2022-06-08 20:54
호주 대법 "IS 조직원이라도…재판 없는 시민권 박탈은 위헌"

시리아 수감된 터키 이중국적자, 정부에 승소…호주시민권 회복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조직 이슬람국가(IS) 가담자의 시민권을 재판 없이 박탈한 호주 정부의 결정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호주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8일(현지시간) AP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호주 대법원은 테러 혐의로 시리아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델릴 알렉산더의 호주 시민권을 복원하라고 정부에 명령했다.

호주 내무장관이 지난해 알렉산더의 시민권 박탈 근거로 활용한 '시민권법 36B조항'이 호주 헌법에 위배된다는 판결이다.

해당 조항은 '국가에 대한 충성'에 위배되는 행동을 하는 이중국적자는 시민권을 박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 조항이 일개 장관에게 마치 법원처럼 특정인의 유무죄를 판단할 권한을 부여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결했다.

가족을 통해 이번 소송을 제기한 알렉산더는 호주에서 태어난 호주-터키 이중국적자였다.

호주 정부는 알렉산더가 2013년 터키를 거쳐 시리아 국경을 넘은 뒤 현지에서 IS의 전투에 참여하고 신규 조직원 모집 등에 가담한 것으로 파악했다.

그는 결국 2017년 쿠르드족 무장 단체에 의해 체포됐다. 당시 15년형을 선고받았으며 현재는 형량이 5년까지 줄어든 상황이다.

그러나 알렉산더는 IS에 가담한 적이 없으며, 고문에 의해 거짓 자백을 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알렉산더 측 변호인은 "호주 시민권이 취소되지만 않았어도 알렉산더는 작년에 가석방 요건을 충족했다"고 주장했다.

문제의 시민권법 36B조항은 2015년 보수 성향의 연립 여당이 추진했다. 당시 국제사회는 호주가 시민권 박탈로 사실상 자국민의 극단적 행동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 조항이 무효화하면서, 같은 기준으로 시민권이 박탈된 다른 이중국적자들도 호주 국적을 회복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 조항이 적용된 첫 번째 사례는 2017년 레바논 이중국적자인 IS 조직원이었다. AP통신은 이후 다수의 시민권 박탈 사례가 있었으며, 정확한 건수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지난 5월 총선을 승리로 이끌고 약 10년 만에 집권한 중도-진보 성향 정부의 마크 드레퓌스 법무장관은 "판결의 의미와 영향을 면밀하게 파악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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