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출신 이복현 취임 금감원, 文정권때 '펀드사태' 재조사하나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펀드 재조사 가능성 열어둬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임명 후 증선위, 장하원 검찰 고발
금감원·검찰 합수단, 공조 강화 전망…금융업계는 긴장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 문재인 정권 당시 문제가 됐던 라임, 옵티머스, 디스커버리 등 펀드 사태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재조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검찰의 금융·증권범죄 전문 수사 조직인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합수단)의 부활에 이어 사상 첫 검찰 출신 금감원장이 취임함에 따라 수사 당국과 금융감독 당국의 공조가 긴밀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 새 정부 금융당국, 문재인 정권 당시 문제 됐던 펀드 '정조준'
검사 출신인 이복현 금감원장은 취임 첫날인 8일 금감원 기자실을 인사차 방문한 자리에서 "개별 단위 펀드 사건들은 다 종결되고 이미 (다른 기관으로) 넘어간 걸로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사회 일각에서 문제 제기가 있는 것도 알고 있어 저희가 시스템을 통해 혹시 볼 여지가 있는지 잘 점검해보겠다"고 밝혔다.
이는 검사 및 제재가 완료된 라임·옵티머스 사태뿐만 아니라 현재 수사 중인 디스커버리펀드까지, 이전 정권에서 문제가 됐던 펀드사태에 대해 사실상 재조사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미 새 정부 금융당국의 디스커버리펀드 사태에 대한 강력한 해결 의지는 최근 감지된 바 있다.
지난달 17일 취임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지난달 31일 정례 회의를 열고 디스커버리자산운용과 장하원 대표를 공시의무 위반에 따른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조치안을 의결했다.
디스커버리자산운용과 장 대표는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한 디스커버리펀드를 발행하면서 공모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펀드를 사모펀드처럼 쪼개서 팔아 공시 의무를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부위원장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참가했으며 윤석열 대통령의 '경제 책사'로 불릴 정도로 핵심 참모로 꼽힌다.
디스커버리펀드는 2017∼2019년 4월 사이 기업은행과 하나은행 등 시중은행과 증권사를 통해 판매됐다. 운용사의 불완전 판매와 부실 운용 등 문제로 환매가 중단돼 개인·법인 투자자들이 2천500억원대의 막대한 피해를 봤다.
디스커버리펀드자산운용 대표인 장하원씨는 장하성 중국대사의 친동생으로 문재인 정권 인사들도 펀드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지난 2월 장하원 대표에게 직무 정지 중징계를 내렸고 디스커버리펀드자산운용에 대해서는 업무정지와 과태료, 과징금을 부과했다. 펀드를 불완전 판매한 기업은행에 대해서는 과태료 47억원 부과, 임직원 제재를 내린 바 있다.
하지만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는 끝나지 않았다. 피해자들의 반발은 이어지고 있고 여권 내부에서도 감독당국의 조사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이들 펀드사태 피해자들은 "피해 복구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고 정·관계 로비 의혹까지 제기됐지만 의혹은 해소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금감원이 각종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감시 기구이기 때문에 그 기능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지난 라임·옵티머스 사태 때 금감원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사전 예방을 못 했을 뿐 아니라 사후조사도 굉장히 부실했다"고 지적했다.
라임사태는 2019년 7월 라임자산운용이 코스닥 기업들의 전환사채(CB) 등을 편법 거래하며 부정하게 수익률을 관리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라임자산운용이 운용하던 펀드에 들어있던 주식 가격이 폭락해 환매 중단이 벌어진 사건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라임 사태'와 관련해 신한금융투자와 KB증권, 대신증권을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업무 일부 정지, 과태료 부과 등의 중징계 조처를 내렸다.
옵티머스 사태는 지난해 옵티머스자산운용이 펀드 가입 권유를 통해 투자자들로부터 1조원 넘게 모은 뒤 투자자들을 속이고 부실기업 채권에 투자했다가 막대한 손실을 본 사건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3월 옵티머스펀드를 부당하게 판매한 NH투자증권과 펀드 수탁사 하나은행에 사모펀드 업무 정지 등의 제재를 했다.
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디스커버리펀드의 경우 작년 4월 말까지 피해자의 분쟁 조정 신청 약 100건 중 기업은행이 판매한 2건에 대해 검사를 바탕으로 40~80% 배상 조정안을 제시했으나 피해자 다수는 이번 사태의 본질이 '사기'라며 100%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 금감원, 검찰 합수단과 펀드 사태 규명에 공조할 듯…금융업계 긴장
검찰이 금융·증권 범죄 전문 수사 조직인 합수단을 설치한 데 이어 경제·금융 수사에 정통한 이복현 전 부장검사가 금감원장 취임 일성으로 금융시장 교란 행위에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고 불공정 거래를 근절하겠다고 밝힌 점도 주목받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 출신 금감원장에 대해 "금융감독 규제나 시장조사에 대한 전문가이기 때문에 저는 아주 적임자라고 생각한다"며 힘을 실어줬다.
이에 따라 앞으로 금감원은 검찰의 합수단과 공조를 통해 라임·옵티머스 등과 같은 금융 사건을 다시 살펴보는 데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합수단에는 금감원 직원들이 일부 파견됐으며 금감원은 관련 수사에 있어 계좌나 자금 흐름 추적 등에 적극적으로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합수단은 시세조종 등 자본시장의 불공정거래를 비롯한 각종 금융·증권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조직으로, 검사와 금감원을 비롯한 유관기관 직원 등으로 구성됐다.
금감원은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 펀드 사태와 관련해 해당 금융사에 대한 검사와 제재가 마무리돼 재검사는 어렵지만, 그동안의 검사 과정과 보고 자료 등을 토대로 문제가 있는지 자체적으로 들여다보는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라임, 옵티머스, 디스커버리펀드 사태는 금감원이 할 수 있는 금융사 검사와 제재는 끝나 사실상 종결됐다"면서도 "이들 사안에 대한 검사 및 보고 시스템을 점검하면서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고 검찰에도 협력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관련 금융사는 물론 금감원 내부적으로도 문제가 없었는지 점검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은 이런 분위기가 금융사 전반에 대한 사후적 검사와 처벌 강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긴장하는 모습이다.
이복현 원장은 "사후적 조사나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방향성이 사실 없다"고 밝혔지만 시장 친화적인 메시지를 보냈던 정은보 전 금감원장 때와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질 것으로 금융업계는 보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새 금감원장 취임으로 금감원의 감독 및 제재가 더 강화될 것으로 우려하는 금융사들이 적지 않다"면서 "자체적인 내부 통제와 더불어 비정상적인 영업 행위 근절에 신경을 쓰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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