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도 고달픈데…상하수도 파괴된 마리우폴에 콜레라 위기
"넘치는 시신·쓰레기에 식수 오염…수천명 사망할 수도"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러시아의 무차별 공격으로 폐허가 된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 콜레라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페트로 안드류셴코 마리우폴 시장 보좌관은 러시아가 콜레라 발병 우려 때문에 마리우폴을 봉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드류셴코 보좌관은 전날 우크라이나 TV에 출연해 "부패한 시신과 쓰레기 더미가 식수를 오염시키고 있다"며 "마리우폴 주민들이 콜레라와 이질 등 전염병에 취약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콜레라는 급성 설사와 탈수를 일으키는 전염병이다. 오염된 물이나 음식 등을 통해 전파되며 제때 치료받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공중 보건 전문가들은 따뜻한 날씨와 장기간의 전쟁으로 인해 우크라이나가 전염병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특히 전문가들은 오랜 전투로 위생시설이 파괴된 지역이 가장 위험하다고 지적해왔는데, 이에 부합하는 곳이 바로 마리우폴이다.
러시아군에 끈질기게 항전하다 침공 82일 만에 함락된 마리우폴은 지속적인 포격으로 도시 내 상하수도 기반시설과 의료시설 등이 철저히 파괴됐다.
안드류셴코 보좌관은 "마리우폴 주민들은 깨끗한 물을 얻기 위해 몇 시간 동안 줄을 서야 한다"며 "이마저도 이틀에 한 번씩만 가능하다"고 전했다.
그는 러시아가 최근 콜레라 창궐을 우려해 마리우폴을 봉쇄했다고 주장하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마리우폴 시의회는 콜레라가 통제 불능 상태에서 퍼질 경우 수천 명의 민간인이 추가로 목숨을 잃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경우 이미 러시아군의 가장 잔혹한 폭격을 견뎌낸 도시에 더 큰 비극이 찾아올 것이라고 시의회는 우려했다.
시의회는 "수백 개의 고층 건물 잔해 밑에서 시신들이 썩고 있다. 이것들은 말 그대로 공기 중에 떠다니는 독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WHO) 관계자는 아직 마리우폴에서 콜레라로 확인되거나 의심되는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이 관계자는 WHO가 마리우폴에 진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현재 접근 권한을 얻기 위해 현장 파트너와 협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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