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화당 상원후보 지지단체, 시민에 3만원 주유권 배포 논란

입력 2022-06-08 11:48
美 공화당 상원후보 지지단체, 시민에 3만원 주유권 배포 논란

"고유가·인플레로 고통" 민주당 비판…매표행위·선거법 위반 여부 논쟁



(애틀랜타=연합뉴스) 이종원 통신원 = 미국의 한 정치단체가 선거를 앞두고 일반 시민들에게 25달러(약 3만 원)어치 주유권을 배포해 논란이 되고 있다.

7일(현지시간) 현지언론 애틀랜타저널컨스티튜션(AJC)에 따르면, '34N22'라는 이름의 정치활동위원회(PAC)는 지난 5일 애틀랜타 다운타운 남쪽의 주유소에서 주민들 1인당 25달러씩, 총 4천 달러(약 500만 원)어치 주유권을 나눠줬다. 민주당 강세 지역인 이곳에서 수백 대의 자동차들이 줄을 서서 주유권을 받아 갔다.

34N22는 조지아주 상원 의원 공화당 후보인 허셜 워커 지지를 선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를 받는 워커 후보는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소속인 라파엘 워녹 현역 의원에게 도전한다.

34N22는 트위터에서 "라파엘 워녹과 조 바이든 행정부 때문에 고유가와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며 "의원을 바꿔서 생활비를 낮추자"고 주장했다. 이 단체 자원봉사자들은 주유권을 나눠주며 "워녹은 일하지 않고 있다"는 표어를 선보이기도 했다.

민주당은 34N22가 선거법을 위반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셸 오 조지아주 상원의원은 "현행 조지아 주법상 투표소 앞에서 유권자들에게 물을 나눠주는 것도 위법"이라고 말했다.

법조계는 34N22가 조지아 선거법의 허점을 이용했다고 보고 있다. 현행 조지아 주법은 유권자를 겨냥해 특정 후보 지지 및 유권자 등록을 목적으로 금전이나 물품을 나눠주는 경우만 처벌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34N22의 코니 랭호퍼 변호사는 "주유권을 나눠줄 때 워커 후보 지지를 호소한 적이 없으며, 등록 유권자뿐만이 아닌 모든 사람에게 조건 없이 나눠줬다"며 "우리는 조지아 법을 준수했으며 모든 행동은 합법적"이라고 해명했다. 34N22의 대변인은 이번 행사 계획 및 실행에 워커 후보가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대 어바인 캠퍼스 로스쿨의 릭 헤이슨 교수는 "연방법을 위반하지는 않았지만, 조지아 주법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병물 배포는 처벌받는데 주유권 배포는 처벌받지 않는다면 조지아주 입법자들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지아 주립대 로스쿨 앤서니 키스 교수는 "문제는 특정 후보 지지를 호소하며 금품을 배포했느냐 여부"라고 지적했다. 그는 "웃는 얼굴로 돈을 나눠주는 것이 기술적으로는 유권자 매수행위가 아닐지는 몰라도, 이는 2022년이 아닌 19세기 선거에서나 볼 수 있는 현상"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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