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러 원유 수입 더 확대한다…서방 우려에도 신규 계약 추진
러 국영회사와 6개월 공급계약 마무리 중…이미 4천만배럴 수입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인도가 서방의 우려와 제재 속에서도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더욱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인도 국영 석유업체들은 최근 러시아 최대 국영 석유회사인 로스네프트와 6개월짜리 신규 원유 공급 계약에 대해 마무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구체적인 물량과 가격에 대해서는 협상 중이며 수입에 나선 인도 국영 업체는 인도석유공사, 힌두스탄석유공사, 바라트석유공사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3위의 원유 수입국인 인도는 수요의 80%를 수입에 의존하는데 우크라이나 전쟁 후 유가가 급등하자 비교적 저가인 러시아산 원유 구매에 적극적으로 나서왔다.
러시아는 세계 2위의 원유 수출국이지만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미국 등의 제재로 인해 판매에 어려움을 겪자 각국에 할인된 가격으로 원유 판매를 제안했다.
블룸버그통신 집계에 따르면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은 지난달 하루 평균 74만배럴로 지난 4월 28만4천배럴이나 작년 동기 3만4천배럴보다 크게 늘었다.
지난 2월말부터 지난달 초까지 인도는 총 4천만배럴 이상의 원유를 러시아로부터 수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1년 동안 인도가 수입한 러시아산 원유 규모는 1천600만배럴이다. 평소 인도는 수입 원유의 2∼3%만 러시아에서 들여왔다.
인도 정유회사들은 이렇게 수입한 러시아산 원유의 원산지를 '세탁'해 세계 곳곳으로 다시 수출, 큰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S.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부 장관은 지난 3일 업자들은 시장에서 가장 알맞은 원유를 살 뿐이라며 이에 정치적 메시지를 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인도의 이런 행보는 궁지에 몰린 러시아에 '탈출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 등 서방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화상 정상회담에서 러시아산 에너지와 다른 물품의 수입을 늘리는 것이 인도의 이익에 맞지 않는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인도는 미국이 주도하는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의 회원국이지만 과거 냉전 시대부터 러시아와도 정치·경제·국방 등 여러 분야에서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특히 인도는 러시아산 무기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편이라 쉽사리 러시아를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러 관계가 악화할 경우 러시아산 무기로 중국과 파키스탄을 견제해야 하는 인도로서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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