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디추싱 미국 상폐 초읽기…중국 압박 완화 기대감
'중국 안방' 홍콩 증시 상장 수순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판 우버인 디디추싱이 곧 미국 증시에서 상장 폐지된다.
작년 6월 중국 당국의 암묵적 경고를 무시하고 미국 상장을 강행했다가 당국의 규제 철퇴를 맞은 지 1년 만이다.
디디추싱은 6일(미국 시간) 낸 공고에서 지난 2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상장 폐지 신청서를 냈으며 신청일로부터 약 10일 후에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이 폐지된다고 밝혔다.
디디추싱은 작년 12월 이사회에서 뉴욕 증시 상장 폐지를 결정했다. 이어 상장 폐지 안이 지난 5월 23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64%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디디추싱은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일 하루 전날인 2021년 6월 30일 뉴욕 증시에 전격 상장했다.
법적·제도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기는 했지만 중국 당국은 미·중 갈등 고조 속에서 민감한 고객·지리 빅데이터를 보유한 디디추싱의 미국 상장에 부정적 의견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디디추싱이 미국 상장을 강행하자 당국은 곧장 이 회사를 상대로 전례 없는 인터넷 안보 심사를 개시함과 동시에 심사가 끝날 때까지 앱 다운로드를 금지해 신규 고객 유입을 막아버렸다.
이 밖에도 당국은 반독점, 노동자 보호 등 각종 명분을 내걸고 디디추싱에 관한 전방위 규제를 가해 시장에서는 미국 상장 강행에 대한 징벌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디디추싱의 수익성은 급속히 악화했고, 90%를 넘던 시장 점유율도 급락했다.
중국 당국은 이후 해외 상장 관련 규제를 명문화해 디디추싱 같은 민감한 인터넷 기업들의 미국 상장을 사실상 허가제로 바꿔놓았고, 활발했던 중국 기업들의 미국 상장은 사실상 중단됐다.
시장 일각에서는 최악에는 벌금 수준을 넘어 경영진 처벌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인터넷 안보 심사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당국의 표적이 된 미국 상장이라는 근본 문제를 해소하면서 디디추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완화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 같은 기대감이 반영돼 전날 뉴욕 증시에서 디디추싱 주가는 24.32% 급등했다. 장중 한때 50% 이상 폭등하기도 했다.
다만 디디추싱 주가는 여전히 공모가(14달러) 대비 14% 수준에 머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상장 폐지를 계기로 중국 당국이 이르면 이번 주 안으로 디디추싱 관련 앱 다운로드 금지를 풀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증시를 떠난 디디추싱은 인터넷 안보 심사가 공식적으로 마무리된 이후 중국의 안방인 홍콩 증시로 재상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디디추싱은 이번 공고에서 "정상적인 영업을 회복하고 나서 다른 증권거래소에서 상장을 추진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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