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 명운, '전자전'이 가른다

입력 2022-06-05 13:34
우크라전 명운, '전자전'이 가른다

적군 전자파 감지해 위치 식별·방해 전파로 적군 무기체계 교란

AP "현대전서 결정적 역할…우크라, 전자전 성과 앞세워 전세 바꿔"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현대전의 또 다른 특성을 보여준다고 AP통신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바로 전자전(Electronic warfare)이다.

전자전은 적의 전자파를 탐지해 위치를 식별하고, 방해 전파를 활용해 적의 무기체계 운용을 교란하거나 무력화하는 군사 활동을 말한다.

포병, 전투기, 순항 미사일, 드론 등에 사용되며, 적의 전자전 활동으로부터 아군을 보호하는 군사 활동을 통칭한다.

AP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주를 아우르는 지역)에서 전세를 바꾼 데에는 전자전이 작용하고 있다고 짚었다.

우크라이나군 드론 특수부대 '아에로로즈비드카'의 한 관계자는 "러시아가 그들의 시스템이 닿을 수 있는 모든 것을 교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압도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들은 우리를 크게 방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쟁 초기만 해도 러시아가 전자전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전자전에서 성과를 거둔 쪽은 오히려 우크라이나였다.

우크라이나는 2014년 크림반도를 러시아에 빼앗긴 뒤 전자전 장비 확보가 필수적임을 깨닫고, 역량 강화에 나섰다.

우크라이나는 또한 미국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제공한 위성 정보를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이러한 정보는 우크라이나가 4월 14일 순양함 모스크바호를 침몰시키는 데 도움이 됐다고 AP는 전했다.

반면 러시아의 전자전 능력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정복에 나섰던 전쟁 초기,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러시아가 숙련되지 않았거나 동기 부여가 적은 기술자들이 전자전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전자전 활용을 제한했다는 것이다.

미군 예비역 장성인 벤 호지스는 "러시아가 자신들의 통신이 지나치게 방해받자 전자전 장비를 아예 꺼버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키이우에서 굴욕적으로 후퇴한 러시아군은 돈바스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특수 군사작전'의 명분으로 내세운 '돈바스 해방'을 달성하기 위해 러시아군은 사활을 걸고 공세를 펼치고 있다.

러시아가 키이우보다 자국에서 지리적으로 가까운 돈바스에 전자전 장비를 잔뜩 옮겨놓으면서 돈바스 전선에서 전자전은 승패에 훨씬 중요한 요소가 됐다.

AP는 전자전이 눈에 안 보이지만 전쟁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요소가 됐다며 군 지휘관들은 작전이 위태로워질까 봐 전자전에 대해 논의하는 것을 꺼린다고 전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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