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앱결제 강제'로 고발된 구글…강제·부당성 입증이 관건

입력 2022-06-03 16:50
수정 2022-06-03 17:01
'인앱결제 강제'로 고발된 구글…강제·부당성 입증이 관건

공정거래법 위반 가능성 제기…"방통위가 먼저 나섰어야"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구글이 인앱결제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는 애플리케이션(앱)을 플레이스토어에서 삭제하는 정책을 이달 1일부터 시행하자 국내 소비자단체가 경찰에 고발장을 냈다.

법조계에서는 고발이 실제 처벌로 이어지려면 구글의 강제성·부당성 등 입증이 관건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3일 정보기술(IT) 업계와 경찰에 따르면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이날 오전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행위에 대한 고발장을 서울 강남경찰서에 제출했다.

피고발인 명단에는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와 구글LLC(법인), 낸시 메이블 워커 구글코리아 대표와 구글코리아 법인, 스콧 버몬트 구글 아시아태평양 총괄 사장과 구글 아시아태평양 법인이 포함됐다.

인앱결제란 구글 등 앱 마켓 사업자가 앱 내에서 자체 내부 시스템으로만 유료 콘텐츠를 결제할 수 있도록 강제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구글은 미디어·콘텐츠 앱들에 콘텐츠 유형과 업체의 매출 규모에 따라 15∼30%의 수수료를 내도록 하고 있다.

수수료 부담 탓에 국내 주요 웹툰과 웹소설, 음원, OTT(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들이 안드로이드 앱 내 이용가격을 줄줄이 올렸고, 이는 국내 소비자의 피해로 이어진다는 게 고발 요지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구글의 인앱결제 의무화 정책이 지난해 9월과 올해 3월 시행된 개정 전기통신사업법(이른바 '구글 갑질 방지법')과 시행령 등에 위반된다고 주장한다. 전기통신사업법 제50조 제1항 제9호는 앱 마켓 사업자가 모바일콘텐츠 등의 거래를 중개할 때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콘텐츠 제공 사업자에게 특정 결제 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법조계에서는 구글에 법적 책임을 물으려면 수사당국이 세 가지 사안을 입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글이 특정한 결제 방식을 강제로 적용했는지(강제성), 구글이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했는지(거래상의 지위), 인앱결제로 모바일 콘텐츠 사용자가 실제로 불이익을 받았는지(부당성) 등이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찰은 구글이 거래상 지위를 악용해 앱 개발업체에 특정 결제 방식을 강제했는지를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승 연구위원은 "모바일 콘텐츠 사업자가 결제 방식을 선택할 때 제한이 있었는지와 사업자가 이로 인해 받은 불이익 정도가 위법성 판단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앱결제 의무화 정책이 고발 죄목인 전기통신사업법뿐 아니라 공정거래법 위반에도 해당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법무법인 오킴스의 엄태섭 변호사는 "구글이 앱 마켓에서 시장 지배적 위치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런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 거래 행위 중 하나인 '거래 강제' 행위를 하면 그 자체로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이 회사가 앱 마켓의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서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도 신고할 계획이다.

엄 변호사는 "공정위에서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고 심각한 사안이라고 판단하면 검찰에 형사고발을 할 수도 있다"며 "다른 소비자단체나 시민단체의 고발·신고가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번 경찰 고발 대상 중 일부는 실제 구글의 인앱결제 정책과 직접적 관계가 없어 처벌로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자문단에서 활동하는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고발 대상 중 구글코리아 측은 구글 앱스토어 서비스와 직접 관련된 주체가 아니라 국내 마케팅 조직"이라며 처벌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한편 이번 사안과 관련해 소비자단체가 고발에 나서기 전에 방통위가 선제적 조치에 나서야 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법무법인 '정박'의 정종채 대표변호사는 "방통위가 이미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에 대해 위법 소지가 있다는 유권해석을 했는데, 구글이 이를 사실상 무시하고 따르지 않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방통위가 조사한 뒤 시정조치나 형사고발을 해야 할 사안인데 손을 놓고 있으니 시민단체가 가서 고발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경찰은 이번 고발 사안을 사이버수사팀에 배당하고, 고발인과 피고발인 측을 각각 조사할 계획이다.

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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