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동부 전투에서 '친러 반역자' 색출 병행"
WSJ 보도…"러 선전 동참하고 정보 넘기기도"
러 점령 두려운 주민은 우크라 고전에 고향 등져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이 러시아를 돕는 것으로 의심되는 반역자를 계속 색출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매체는 우크라이나 국가보안국(SBU)이 제2도시 하르키우에서 벌인 색출 작전에 동행 취재해 러시아 선전에 동참한 남성이 체포되는 과정을 전했다.
이날 오전 6시 반께 아파트를 찾은 SBU 요원 6명이 한 호실 앞에서 문을 세게 두드리자 집안에 있던 남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요원들은 남성을 바닥에 엎드리게 하고 손을 묶은 뒤 신문을 시작했다.
요원은 남성에게 "소련 사람이 맞느냐. 소련이 평화를 지지했다고 믿느냐"고 물었고 남성은 조용히 "맞다"고 인정했다. 이 남성은 "왜 우리 도시를 공격하는 사람들(러시아)을 지지하느냐"고 묻는 말에는 "난 잘못한 게 없다"고 응수했다.
남성의 태블릿에서는 러시아 선전에 동참한 흔적이 발견됐다.
그의 소셜미디어 계정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그 측근 람잔 카디로프 체첸 자치공화국 수장을 찬양하는 내용이 있는가 하면 우크라이나 침공과 러시아의 승리를 지지하는 메시지도 눈에 띄었다.
집안 곳곳에서도 소련과 러시아의 흔적이 녹아있었다고 WSJ은 전했다.
거실 책장에는 소련과 러시아군을 주제로 한 소설이 한가득 있었고, 부엌 냉장고에는 푸틴 대통령이 강아지를 안고 있는 모습이 담긴 자석이 붙어있었다.
한 요원은 "이런 현장 급습은 거의 매일 한다"고 했다.
체포된 남성은 전시상황에서 공개적으로 적을 지지하고 찬양하는 자료를 생산·유통한 혐의를 받아 최대 5년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이날 SBU가 반역자 색출 작전을 벌인 하르키우는 러시아어를 주로 사용하는 기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과 마찬가지로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한 주민 상당수가 러시아에 친근감을 느낀다. 다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민간인 학살 등 만행을 저지르면서 이 감정은 상당 부분 옅어졌다.
이호르 테레호우 하르키우 시장은 "하르키우는 러시아에 대한 충성심이 있었으나 지금은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며 "우크라이나 동부는 각종 참사를 목격했기 때문에 러시아에 대한 태도가 서부보다 더 과격하다"고 말했다.
다만 여전히 일부 우크라이나인은 러시아 편을 들면서 SBU는 적을 돕는 자국민을 추적하고 있다.
SBU는 체포된 상당수는 러시아 정부와 내통하는 것이 아닌 단순 러시아에 대한 충성심에서 소셜미디어에 러시아를 지지하는 메시지를 올린다고 전했다. 극소수만이 우크라이나군 진지 등 군사정보를 러시아 쪽에 활발하게 넘겼다고 했다.
최근 우크라이나 돈바스 전투가 힘겹게 전개되자 돈바스 내 우크라이나군 통제 지역의 주민 80∼90%가 러시아군이 점령할 가능성을 우려해 다른 곳으로 떠난 상태다.
아직 남아있는 주민 상당수는 러시아의 점령 하에 산다는 의향일 것으로 돈바스 내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파악하고 있다. 일부 노년층은 기존 우크라이나 연금에 더해 러시아 혜택을 더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도 한다고 WSJ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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