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양성대장염' 환자 10년새 5배…"조기치료로 대장암 막아야"
서구형 식습관과 항생제 남용이 장내 세균변화 불러…과도한 육류섭취 안돼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대장에 염증이 생겨 설사와 혈변이 잦아지는 '궤양성 대장염'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고성준 교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국내 궤양성 대장염 환자 수가 2008년 9천657명에서 2018년 4만6천837명으로 10년 새 4.85배로 증가했다고 3일 밝혔다.
고 교수는 이런 진행 상태라면 2021년 기준으로 환자 수가 이미 6만명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했다.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을 침범하는 원인 불명의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설사와 혈변이 주 증상이다. 생명에 큰 지장은 없지만, 악화하면 대장암으로 이어질 수 있어 치료가 꼭 필요하다.
고 교수는 "염증이 퍼진 범위와 중증도는 환자마다 다르다"면서 "원래는 20~30대에게 주로 발병했지만, 최근에는 60세 이상 고령층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게 주요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비교적 짧은 기간에 환자가 급증한 데는 환경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고 교수는 추정했다. 서구화된 식습관이나 항생제·소염진통제 등의 빈번한 사용이 장내 세균을 변화시켜 질병 발생을 촉진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궤양성 대장염을 조기에 진단하려면 ▲ 4주 이상의 설사 ▲ 혈변과 점액을 동반한 대변 ▲ 설사가 있으면서 가족 중 염증성 장질환 환자가 있는 경우 대장내시경을 받아보라고 권고한다.
고 교수는 "궤양성 대장염은 유병 기간이 길수록 대장암 위험도 함께 증가하므로 증상이 없어도 꼭 치료받아야 한다"면서 "임상 경험으로 볼 때 30년간 이 질환이 있는 경우 대장암 발병률은 9.5%로 높아진다"고 말했다.
궤양성 대장염으로 진단받은 후에는 꾸준히 약물로 치료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또 장내 세균 분포를 변화시키거나 세균이 장벽으로 침투하는 투과성을 증가시킬 수 있는 항생제나 소염진통제의 장기적인 사용은 피해야 한다.
고 교수는 "궤양성 대장염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는 뚜렷한 음식은 없다"면서 "다만 염증을 악화시킬 수 있는 염분과 당분이 많은 음식을 피하고, 소·돼지와 같은 육류보다는 생선 등으로 단백질을 섭취하는 게 좋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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