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격범 진압말고 대기하라' 결정 美 경찰서장 "나중에 말할 것"

입력 2022-06-02 03:49
수정 2022-06-02 09:21
'총격범 진압말고 대기하라' 결정 美 경찰서장 "나중에 말할 것"

"장례식 동안 추가정보 발표 안할 것"…시의원 취임식도 몰래 치러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총격범을 즉각 진압하지 않고 기다리기로 결정한 미국 텍사스주 총기 난사 사건의 지휘 책임자가 그런 결정을 내린 이유를 묻는 질문에 '나중에 말하겠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CNN 방송은 1일(현지시간) 총격 사건 현장 지휘자였던 피드로 아리돈도 유밸디 교육구 경찰서장과 인터뷰했지만 그가 사실상 답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아리돈도 서장은 자신이 총격범이 은신한 교실에 진입하지 않기로 결정한 책임자라는 지적에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장례식이 진행되는 동안 추가적인 정보를 발표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장례식을 진행 중인 희생자의) 유족들을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자가 다시 '지금이 유족들에게 설명할 기회'라며 답을 촉구하자 "우리는 궁극적으로 그걸 할 것"이라며 "언제든 이게(장례식) 끝나고 가족들이 슬퍼하는 게 끝나면 틀림없이 그걸 할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이에 앞서 텍사스주 공공안전부 스티브 매크로 국장은 지난달 27일 경찰 지휘관이 당시 상황을 총기 난사가 아니라 용의자가 바리케이드를 치고 숨은 상황으로 잘못 판단했다면서 "그것은 옳지 않았고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1999년 컬럼바인 고교 총기 난사 사건 이후 수립된 미국 경찰의 정책에 따르면 총기 난사 상황에서 경찰은 가능한 한 빨리 총격범을 저지해야 한다.

당시 총격 현장에 처음으로 경찰이 도착한 것은 총격이 시작된 지 2분 만이었고, 30분쯤 지났을 무렵에는 19명의 경찰관이 학교 복도에 도착해 있었지만 이들은 총격범이 숨은, 잠긴 교실로 진입해 그를 제압하지 않았다.

결국 국경순찰대 전술부대가 열쇠로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 총격범을 사살한 것은 총격이 시작된 지 80분이 지난 뒤였다. 이 80분간 경찰이 왜 대기만 했는지는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다.

공공안전부에 따르면 또 아리돈도 서장은 롭 초등학교 총격 사건을 수사 중인 텍사스 레인저가 추가 인터뷰를 하자고 요청했지만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아리돈도 서장은 이날 "나는 공공안전부와 매일 전화하고 있다"며 다른 설명을 내놨다.

아리돈도 서장은 또 지난달 31일 비밀리에 유밸디 시의원으로 취임 행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아리돈도 서장은 다른 시의원들과 함께 공개 취임 행사를 할 예정이었지만 돈 매클로플린 유밸디 시장은 유족들에게 집중하겠다며 예정대로 취임식이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공식 행사는 열리지 않았지만 아리돈도 서장을 비롯한 시의원들은 각자 편한 때 시청에 와 선서를 하고 서류에 서명했다.

아리돈도 서장은 이에 대해 취임식은 유족을 존중해 사적으로 진행됐으며 지금은 유족이 관심의 초점이라고 밝혔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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