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한국 관광비자 '쟁탈전'…대사관 앞에서 밤샘 대기(종합)
"아이돌 콘서트 보려고"…도쿄총영사 "한국 가고 싶어하는 열정 느꼈다"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한국 정부가 개별 관광 목적으로 한국에 입국하려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1일 각지의 재외 공관에서 비자(사증) 신청서 접수를 시작한 가운데 일본에서 한국에 가려는 이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주일한국대사관 영사부는 이날 관광 비자를 접수하러 온 이들 중 205명에게 번호표를 배부하고 신청서를 접수했다.
한 명이 여러 명의 신청서를 모아서 제출한 경우가 있기 때문에 비자를 신청한 이들의 숫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집계가 완료되지 않아 정확한 숫자는 파악되지 않았다.
배경택 도쿄총영사는 17명의 신청서를 한 명이 제출한 사례도 있었다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설명했다.
배 총영사는 "비자를 신청하려고 어젯밤 8시 무렵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이들이 있었으며 오늘 새벽 4시에는 50명 정도가 대기 중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비자 신청서를 내지 못한 이들 중 일부는 2일 제출할 수 있도록 영사부 인근 인도에서 수십m 줄을 지어 밤샘을 준비하고 있었다.
노숙을 하다시피 하면서까지 한국 여행을 가려고 하는 이들 중 일부는 한국 문화와 관련된 이유를 밝혔다.
일본인 고니시(25)씨는 "이달 25일 서울에서 열리는 세븐틴 콘서트를 보고 1년간 만나지 못했던 한국인 남자 친구를 만나기 위해 비자를 받으려고 한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아이돌 그룹을 목표로 한국 연예기획사에서 연습생 생활을 하는 딸을 만나기 위해 한국 여행을 준비 중인 일본인 여성(48)은 "오전 9시쯤 왔는데 기다리는 사람이 1천 명 정도는 되는 것 같았고 대기 줄이 도로를 따라 모퉁이에서 꺾여 이어져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번호표 배부가 종료한 상황이었다"며 "내일 첫차를 타고 와도 비자 신청서를 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여기서 밤새 기다리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대사관이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비자 업무량이 제한돼 있는 가운데 한국 여행을 가려는 일본인들이 비자 쟁탈전을 벌이는 셈이다.
배 총영사는 "일본 사람들의 한국에 가고 싶어하는 열정, 한류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양국 정부가 빨리 민간 교류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의견을 밝혔다.
당초 한일 양국은 90일 이내 무비자 체류 제도를 운용하고 있었으나, 코로나19 확산과 더불어 2020년 3월 이 제도의 효력을 중단한 상태다.
일본의 경우 한국과 비교하면 여행 목적의 입국을 훨씬 제한적으로 인정하려고 하고 있다.
일본은 이달 10일부터 안내원이 동행하는 여행사 패키지투어(단체여행) 참가자에 대해 관광 목적의 입국을 허용한다.
자유 여행 형태의 관광 목적 입국은 아직 인정하지 않는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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