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남중국해에 금어기 설정?"…베트남 이어 필리핀 '발끈'
영유권 갈등 속 일방 공표 비판…탐사선 방해에 외교관 초치도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필리핀이 영유권 갈등을 빚는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일방적 금어기 설정에 대해 항의했다.
필리핀 외교부는 지난달 30일 자로 성명을 내고 "중국측이 지난 1일부터 일방적으로 남중국해 지역에 금어기를 설정한 데 대해 외교적 항의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금어 조치가 적용되는 지역이 필리핀이 자주권과 관할권을 가진 서필리핀해(남중국해의 필리핀명)를 포함하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중국은 지난 1999년부터 어족자원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워 남중국해의 일부 지역에 대해 여름철 어로 활동 금지 조처를 해 베트남과 필리핀 등의 반발을 사고 있다.
금어기는 오는 8월 16일까지 지속된다.
외교부는 "서필리핀해까지 포함한 금어기 공표는 법적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지난 4월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과 시진핑 증국 국가주석간 화상 정상회담에서 확인된 상호 관계를 지지해야 할 상호 신뢰와 존중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중국측이 국제법, 특히 1982년 유엔해양법협약(UNCLOS) 의무를 준수할 것과 필리핀의 자주권을 침해하는 불법적 행동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베트남 외교부 대변인도 지난 4월 29일 브리핑을 통해 "중국이 공표한 어업 금지 구역 일부는 호앙사 군도(파라셀 군도의 베트남명)에 대한 영유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비판한 바 있다.
한편 필리핀 외교부는 중국 해양 경비정이 필리핀 해양 탐사선의 활동을 방해한 데 대해 중국 고위 외교관을 초치한 사실을 뒤늦게 밝혔다고 외신이 전했다.
외교부는 지난 4월 중순 주필리핀 중국대사관의 고위 관계자를 초치, 적법한 해양 과학연구를 진행 중이던 해양탐사선에 중국 경비정들이 방해 행위를 한 것은 관할권 침해라고 항의했다고 지난달 31일 전했다.
필리핀과 중국은 남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그러나 두테르테 대통령은 취임 이후 친중 행보를 보이면서 영유권 갈등과 관련해 상대적으로 느슨한 입장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64) 대통령 당선인도 중국에 친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서는 단호한 자세를 취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마르코스 당선인은 지난달 말 남중국해와 관련한 중국의 도전에 맞설 것이라고 새 언론 비서관과의 대담에서 밝혔다.
그는 "우리의 주권은 신성한 것이며 절대로 타협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중국을 상대로 계속해서 강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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