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백악관에서 '블랙시트'…흑인 비서진들 줄줄이 사임
폴리티코 보도…작년 연말부터 최소 21명 엑소더스급 이탈
'다양성' 정부 방침 무색해져…일각 "더 좋은 기회 위해 이직"
(워싱턴=연합뉴스) 김경희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아주 가까이서 보좌하는 백악관 비서실에서 흑인 직원들이 줄줄이 사임, 다양성에 대한 존중을 내세우고 있는 정부 방침이 무색하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는 31일(현지시간) 지난해 말부터 현재까지 백악관을 떠났거나 사임 의사를 밝힌 흑인 직원은 최소 21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업무 환경이 극도로 열악하고 승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사임 이유로 들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일부는 이를 비꼬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뜻하는 브렉시트(Brexit)를 패러디해 '블랙시트'(Blaxit.Black + exit·흑인 이탈)라고 부르기까지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보도에 따르면 대표적으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선임 보좌관이자 대변인이었던 시몬 샌더스가 지난해 12월 사임한 뒤 부통령 주변의 흑인 보좌진이 잇따라 자리를 떠났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린다 에팀 선임 국장, 공적 참여 보좌관인 캐리사 스미스, 론 클라인 비서실장의 보좌역인 엘리자베스 윌킨스, 공보 담당 나탈리 오스틴 등도 사표를 제출했거나 사퇴 의사를 밝혀 사실상 엑소더스급 이탈이 발생한 상황이라는 것.
대선 캠페인에서부터 다양성에 대한 존중을 내세워 흑인 및 유색인종의 지지를 받은 바이든 대통령은 실제 취임 이후 이를 지키기 위해 내각 요직에 소수자를 두루 기용해 왔다.
당장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흑인 여성이고,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역시 최초의 흑인 국방장관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와중에도 임명 절차를 밟은 커탄지 잭슨 대법관은 최초의 흑인 여성 대법관으로 역사에 이름을 올렸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 역시 최초의 흑인 여성 성소수자 대변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초기 백악관 비서진을 구성하면서도 흑인 비중을 높이는 데에 공을 들였다고 한다.
폴리티코는 일부의 경우 사임의 배경으로 개인적 이유를 들기도 했지만, 상당수는 열악한 근무 환경을 거론하기도 했고 상대적으로 낮은 직급에서는 진급의 기회가 사실상 극도로 제한됐다는 점을 꼽았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을 떠난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일부는 재직 기간 최고의 경험을 하지 못했고, 흑인 리더십의 부재가 핵심 문제"라며 "흑인 직원들을 이끌어주고 전략을 세워줄 누군가가 필요한데 그런 멘토가 우리에겐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대부분 자리를 옮긴 사람들이 더 좋은 기회를 잡기 위해 이직했으며, 젊은 비서진의 경우 학업을 계속하거나 높은 연봉을 받고 이동한 사례가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kyung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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