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텔아비브 공항 테러 일본적군 단원 모습 드러내
팔' 극좌단체 주최 테러 50주년 기념식에서 승리의 'V'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1970년대 전세계에서 다수의 테러를 자행한 일본 적군의 최고 간부가 최근 일본에서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가운데 이스라엘 공항 테러 후 레바논으로 망명했던 일본 적군 대원도 이례적으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31일(현지시간)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 있는 샤틸라 팔레스타인 난민촌 내 공동묘지에서 열린 이스라엘 텔아비브 공항 테러 50주년 기념식에 전 일본 적군 대원 오카모토 고조(74)가 참석했다.
극좌 무장세력인 팔레스타인인민해방전선(PFLP)의 깃발이 새겨진 스카프를 목에 두른 오카모토는 노쇠한 모습으로 사람들의 부축을 받았다.
오카모토는 이스라엘 공항 테러에 동참했다가 사망한 일본인들의 무덤에 헌화하고 두 손가락을 펴 포즈를 취하기도 했지만, 말을 하지는 않았다고 AP통신은 전했다.
PFLP가 주최한 이 날 행사에는 헤즈볼라를 비롯한 레바논과 팔레스타인 정파 관계자 등 수십 명이 참석했다.
일본 내 극좌 단체인 적군파 간부들이 1971년 레바논으로 건너가 결성한 일본 적군 단원이었던 오카모토는 1972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와 연계해 이스라엘 텔아비브 근교 로드 공항(현 벤구리온 국제공항) 테러를 저질렀다.
그는 당시 2명의 다른 일본인과 함께 유럽발 항공기를 타고 텔아비브에 도착한 뒤 수하물에 숨겨온 소총 등을 꺼내 난사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당시 사건으로 26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스라엘에서 열린 재판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은 오카모토는 그러나 1985년 레바논 내 팔레스타인 과격단체와 이스라엘의 죄수 교환을 통해 풀려났다.
이후 레바논 내전 기간 극좌 세력의 보호를 받으며 레바논 동부지역에서 거주해온 것으로 알려진 오카모토와 다른 4명의 일본인은 1997년 공문서위조 및 불법체류 혐의로 체포돼 3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2000년에 풀려난 일행 가운데 4명은 일본 정부의 송환 요청에 따라 일본으로 가 재판을 받았으나, 오카모토는 정치적 망명 신청이 받아들여져 레바논에 남았다.
이후에도 일본 정부는 오카모토의 송환을 요구했으나 레바논 정부는 이를 거부해왔다.
팔레스타인의 대의에 동조하며 이스라엘을 대상으로 테러를 저지른 그는 레바논과 아랍권에서 영웅 대접을 받기도 했다.
한편 네덜란드 주재 프랑스 대사관 점거 사건과 관련해 살인미수와 불법감금 혐의로 기소돼 20년을 복역한 일본 적군의 최고 간부 시게노부 후사코(76)는 지난 28일 형기를 마치고 출소했다.
그는 출소 직후 테러 범죄로 무고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 사실에 대해 사과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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