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경제, 서방 제재에도 선방?…향후 전망은 '암울'

입력 2022-05-31 15:10
러시아 경제, 서방 제재에도 선방?…향후 전망은 '암울'

"외국기업 철수효과 온전히 나타나면 진짜 고통 체감할듯"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러시아 경제가 현재로선 국제 사회의 제재를 그럭저럭 견디고 있으나 향후 전망은 암울하다고 로이터통신이 30일(현지시간) 진단했다.

이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 관계자들은 자국 경제가 서방 제재에도 버텨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례로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 26일 물가 상승 속도가 현저히 둔화했다며 기준금리를 11%로 3%포인트나 내렸다.

루블화의 가치는 정부의 자본 통제와 강제 환전 정책 덕분에 최근 1달러당 66루블까지 올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 24일보다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위기 조짐은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다.

러시아의 막심 레세트니코프 경제부 장관은 지난 27일 기업과 소비 지출에서 '수요 부족 위기'가 있음을 시인했다.

그는 "경제에서 통화량 감소가 생산 감소로 이어지고 다시 가격이 하락하는 등 디플레이션 악순환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핀란드 중앙은행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의 수입은 최근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서방 세계로부터 수입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었다.

중국의 대(對)러시아 수출은 4월에 25%가량 감소했고, 베트남과 한국, 말레이시아, 대만의 러시아 수출은 절반 미만으로 줄었다.

러시아의 물가상승률은 17%를 웃돌아 최근 20년 사이 최고 수준이다. 이는 가계의 실질소득 감소를 야기할 수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벌이고 있는 전쟁은 러시아의 재정 상황을 압박하고 있다. 안톤 실루아노프 재무부 장관은 이른바 '특수 군사작전'에 "막대한 재정 자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8조루블(약 154조6천억원) 규모의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으나, 이중 얼마가 신규 자금이고 투입 기간이 어떻게 될지 확실하지 않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글로벌 기업들의 철수가 러시아 경제와 일자리에 미칠 영향이 아직 온전하게 드러나지도 않았다.

세르게이 구리예프 전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기존 회사들이 여전히 직원 봉급을 지급하고 있으며, 일부 회사들은 수입 부품 재고를 활용해 생산을 계속하고 있어 진짜 고통은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수개월 후에 서방 기업 철수의 영향을 급격하게 체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러시아의 가계 소비가 13% 감소하고, 투자는 23% 급감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러시아의 장기 잠재성장률은 현재 1%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했다.

러시아의 소규모 홍보 회사 관계자는 "현재 전략을 수립하거나 장기 대규모 계약을 계획하는 회사는 거의 없다"며 "기업들, 특히 소규모 기업들은 순전히 생존에 전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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