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택 보유세 2020년 수준으로 감면…공시가 9억~11억원은 사각지대
특례세율 없는 9억∼11억원 이하는 재산세 2021년 수준으로 동결
종부세 대상은 공정시장가액비율에 달려…초고가 주택이 인하효과 더 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정부가 올해 1가구 1주택자의 보유세를 2020년 수준으로 낮추기로 한 가운데 공시가격 9억원 초과 중고가 주택보다 초고가 주택의 감면 폭이 커질 전망이다.
종부세 부담이 컸던 초고가주택은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에 따라 큰 폭의 추가 감세 혜택이 주어지는 반면 9억∼11억원대의 재산세 부과 대상은 상대적으로 감세폭이 적어 감세의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30일 발표한 민생안정대책을 통해 올해 보유세를 2020년 수준으로 낮추는 쪽으로 재산세와 종부세제를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공시가격 대신 지난해 공시가격을 적용해 재산세 부담을 낮추고, 종부세는 지난해 공시가격 적용에다 올해 100%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낮춰 2년 전 수준으로 보유세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31일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공시가격 9억원 이하 주택은 별도의 공정시장가액비율 손질 없이 작년 공시가격을 적용하는 것만으로도 세 부담이 2년 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낮아진다.
지난해부터 3년 한시적으로 1세대 1주택자가 보유한 공시가격 9억원 이하 주택의 재산세율을 구간별로 0.05%포인트(p) 인하하는 특례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1주택자의 약 91%에 달하는 6억원 이하 주택(896만호)의 경우 올해 재산세 부담이 2020년보다도 더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6억원 이하는 사실상 2019년 수준으로, 6억∼9억원 이하는 2020년 수준으로 재산세 부담이 감소한다는 것이 행안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재산세 대상 가운데 공시가격 9억원 초과, 11억원 이하는 이번 민생대책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11억원 초과 종부세 대상은 지난해 공시가격 적용 외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낮춰 보유세를 2020년 수준으로 낮출 방침이지만 종부세 대상도, 재산세 특례세율 적용 대상도 아닌 9억∼11억원 이하 주택은 지난해 공시가격 적용 외에 추가로 부담을 더 낮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연합뉴스가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우병탁 부동산팀장에 의뢰해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지난해 공시가격이 10억3천800만원인 서울 광장구 광장 현대 전용면적 84.53㎡의 경우 올해 재산세에 작년 공시가격을 적용하면 총 310만5천원의 세금이 부과된다.
이는 작년(305만8천원)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2020년 납부한 239만8천원에 비해서는 29%가량(70만7천원) 높은 것이다.
9억원 이하에만 적용해준 재산세 특례 인하 혜택을 받지 못해 2020년 수준으로 낮아지진 않는 것이다.
지난해 공시가격이 10억8천500만원인 서울 강동구 래미안고덕힐스테이트 전용 84.74㎡는 올해 재산세가 328만원으로, 2020년(237만원)보다 38%(91만원)가량 높다.
행안부 관계자는 "재산세 대상인 공시가격 9억∼11억원 이하 구간대의 주택은 2020년 수준으로 재산세를 낮출 수는 없지만, 지난해 수준으로 동결되기 때문에 감세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런가 하면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 주택들은 현행 100%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낮춰 종부세 부담을 줄일 경우 종부세액이 큰 초고가 주택일수록 감면 폭도 커진다.
지난해 공시가격이 12억6천300만원인 서울 마포구 래미안 푸르지오 전용 84.59㎡는 올해 보유세에 작년 공시가격을 적용하고 공정시장가액비율은 75%로 낮춘다고 가정할 경우 재산세와 종부세를 합해 총 447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이는 2년 전 보유세(약 343만4천원)보다 30%가량 많은 것이다.
반면 지난해 공시가격이 33억9천500만원인 서울 서초구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112.96㎡는 올해 공정시장가액비율을 75%로 낮출 경우 올해 보유세가 3천60만4천원으로 2020년(2천726만3천원)보다 12% 정도 늘어나는 데 그친다.
절대 세액은 아크로리버파크가 많지만, 2020년과 비교했을 때 증가폭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이다.
만약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법정 하한인 60%까지 낮춘다면 초고가주택의 감면폭은 더 커지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 전용 84.59㎡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로 낮추면 올해 보유세는 436만5천원으로 2020년보다 27% 증가한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75%로 낮췄을 때보다 3%p의 추가 감면효과를 보는 것이다.
이에 비해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112.96㎡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로 낮출 경우 올해 보유세가 2천498만6천원으로 2020년보다 오히려 8%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정작 민생안정대책의 취지에 따라 감면 대상이 돼야 할 중고가 주택의 감면 혜택은 적고, 초고가 주택 보유자의 감세 효과가 더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재부는 11월 종부세가 부과되기 전까지 공정시장가액비율 인하폭 등을 확정할 방침이다.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맞춰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올해뿐 아니라 영구적으로 낮추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병탁 팀장은 "주택별로 세부담 상한 여부 등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종부세 대상 주택의 보유세를 2020년 수준에 근접하도록 낮추려면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큰 폭으로 낮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금액대별 형평성도 고려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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