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주교회 사상 첫 콘클라베 복수 투표권 확보…"위상 반영"

입력 2022-05-30 19:05
한국천주교회 사상 첫 콘클라베 복수 투표권 확보…"위상 반영"

유흥식 추기경 임명으로 교황 선거서 두표 행사



(바티칸=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이 유흥식 라자로(70)대주교가 추기경에 임명됨에 따라 한국천주교회는 교황 선거인 '콘클라베'(Conclave)에서 사상 처음으로 복수의 투표권을 갖게 되는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콘클라베에서 새 교황을 선출할 수 있는 투표권은 만 80세 미만 추기경에게 주어진다.

현재 우리나라는 만 78세인 염수정 안드레아 추기경이 콘클라베 투표권을 갖고 있는데 여기에 유흥식 신임 추기경이 추가로 투표권을 행사하게 된 것이다.

240년 역사의 한국천주교회가 추기경을 배출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이지만 그동안에는 추기경 수가 한 명이거나 혹은 두 명이더라도 연령 제한으로 복수의 투표권을 확보하지는 못했다.

염 추기경이 만 80세 생일을 맞는 내년 12월 자연스럽게 콘클라베 투표권을 내놓게 되나 이후 서울대교구장인 정순택(60) 대주교가 추기경으로 임명될 가능성이 커 복수의 투표권이 한동안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탈리아 로마의 한 사제는 "복수의 투표권을 가졌다고 해서 교황청 내 한국천주교회의 영향력이 커진 것이라고 확대해석하기는 어렵지만, 우리 교회의 위상과 입자를 고려하면 그 의미가 적지 않다"고 짚었다.

29일(현지시간) 새로 임명된 추기경 21명을 제외한 교황청 추기경 통계 기준으로 두 표 이상의 콘클라베 투표권을 가진 나라는 전 세계 14개국에 불과하다.



대륙별로 추기경 수가 가장 많은 유럽에서도 이탈리아·스페인·프랑스·독일·폴란드·포르투갈 정도만 이에 해당한다. 아시아의 경우 인도와 필리핀 두 나라밖에 없다. 비교적 짧은 역사에 가톨릭이 지배적 종교인 나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셈이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자료에 따르면 1241년 처음 도입된 콘클라베는 라틴어로 '열쇠로 잠근다'는 뜻으로, 유폐된 교황선거를 일컫는다.

이탈리아 로마 인근 비테르보지역에서 1268년 시작된 선거가 5년이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답보 상태를 보이자 시 당국과 주민들이 더는 참지 못하겠다며 추기경들을 한 곳에 감금하고 빵과 물만 공급하면서 조속한 선출을 독려한 데에서 비롯됐다.

콘클라베는 교황의 선종과 같은 유고 상황으로부터 15일 이내에 열리게 돼 있다.

지금은 르네상스 천재 예술가 미켈란젤로의 프레스코화 작품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으로 유명한 바티칸 시스티나 소성당이 투표장으로 쓰인다.

투표는 참석 추기경들이 무작위로 투표용지에 선호하는 교황 후보자 이름을 적어내는 방식이다.

통상 오전·오후 두 번 이뤄지며 이는 3분의 2 이상 지지하는 이름이 나올 때까지 계속된다.

선거 기간 추기경들은 외부와 접촉이 일절 차단되고 촬영이나 녹음은 금지된다. 또 거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관저로 쓰는 바티칸 방문자 숙소 '산타 마르타의 집'으로 한정된다.

잘 알려져 있듯 교황 선출 여부는 투표용지를 태우는 연기 색깔로 확인된다.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가 검은색이면 미결이고, 흰색이면 새 교황이 탄생했다는 의미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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