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 오른 미 진보 주교…"교황의 이념적 동지"
매켈로이 샌디에이고 주교, 신임 추기경 서임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프란치스코 교황이 29일(현지시간) 발표한 신임 추기경 21명 명단 중 북미에서는 1명만이 꼽혔다.
미국에서 서임된 로버트 매켈로이(68) 샌디에이고 주교로, 샌디에이고 교구에서 추기경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진보 성향인 매켈로이 주교가 신임 추기경으로 서임된 것은 교황이 미국 주교단에 좀 더 자유로운 방향을 바라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날 보도했다.
그는 교황의 핵심적인 진보 성향 동지 중 한 명으로, 특히 미국 가톨릭에 닥친 낙태권 논쟁의 한복판에 서 왔다.
그는 지난해 낙태권을 지지하는 가톨릭 정치인에게 영성체를 거부해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들 정치인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이 포함됐다.
영성체가 정치적 목적에서 무기처럼 쓰인다는 게 매켈로이 신임 추기경의 입장이었다.
바티칸은 미 주교들에게 영성체와 관련한 언급을 하지 않도록 했으나 이에 반해 미 주교들은 지난해 11월 영성체와 관련한 교리 문서를 승인했다.
당시 채택된 것이 '교회 생활에서 성체성사의 신비'라는 교리 문서로, 찬반 228 대 8의 압도적 찬성으로 승인했다.
가톨릭의 교리는 낙태를 부도덕한 행위로 본다. 가톨릭 신자인 바이든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낙태를 반대하지만 소속 정당인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여성의 낙태권에는 찬성해 가톨릭 교리와 배치된다.
교리 문서 승인으로 일단 바이든 대통령은 성체성사를 계속 받을 가능성이 커 보이지만, 참여 허용 여부를 개별 주교의 권한에 맡겨 지역별로 다른 판단이 나올 수 있다.
매켈로이 추기경은 교황의 이념적 동지이기도 하며, 보수 성향에 가까운 주교들과 의견을 주고받기도 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AP가 주목한 점도 매켈로이 추기경의 낙태권과 관련한 입장으로, 2021년 5월 영성체 거부를 놓고 "엄청나게 파괴적인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맞섰다.
특히 매켈로이 주교를 추기경으로 올리면서 교황은 매켈로이 주교보다 상급자인 살바토레 코르딜레오네 샌프란시스코 대주교는 건너뛴 셈이 됐다.
코르딜레오네 대주교는 이달 초 펠로시 하원의장에게 낙태권을 지지한다는 이유로 영성체를 금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매켈로이 추기경은 자신의 임명 소식을 듣고 "매우 놀랐다"면서 교황의 '교회 회복 사역'을 도울 수 있도록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코르딜레오네 대주교는 짧은 성명을 내고 매켈로이 신임 추기경 서임을 축하했다.
매켈로이 신임 추기경은 1975년 하버드대에서 역사 전공으로 학사 학위를 받았고, 1976년 스탠퍼드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1980년 사제로 서품돼 샌프란시스코 교구에서 재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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