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모르 대통령 "남태평양이 中에 기대는 건 서방에 대한 경고"

입력 2022-05-30 11:25
수정 2022-05-30 11:31
동티모르 대통령 "남태평양이 中에 기대는 건 서방에 대한 경고"

"우린 지원 바라는데, 서방은 인권 강의에 시간 허비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 남태평양 섬나라들이 최근 중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은 그동안 이 지역을 무시해 온 호주와 미국 등 서방에 대한 '경고'라고 동티모르 대통령이 밝혔다.

라모스 오르타 동티모르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더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솔로몬 제도가 중국과 안보 협정을 맺은 것은 가장 가까운 나라인 호주가 그들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솔로몬제도는 호주 북동쪽에서 2천km 떨어진 인구 70만 명 안팎의 섬나라로, 지난달 중국과 안보 협정을 체결해 서방이 반발하고 있다. 협정에는 중국이 질서유지 등 필요에 따라 자국 함정과 함께 경찰을 파견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됐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6일부터 솔로몬제도 등 남태평양 섬나라와 주변국 등 8개국을 방문하고 있으며, 동티모르는 마지막 방문지다.

솔로몬제도에 이어 인근 섬나라인 사모아도 중국과 상호 협력 강화를 골자로 한 협약을 체결했다.

오르타 대통령은 "(호주 등 서방은) 우리를 지원하려고 하는 대신 인권에 대한 강의를 하느라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아시아의 가장 작고 가난한 이 태평양 섬나라들이 딜레마에 빠져 있다며 이 나라들은 지원과 투자를 절실히 필요로 하지만, 정작 서방과 중국의 격화하는 경쟁 관계에 휘말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섬나라들은 그들의 이익을 위해 초강대국들을 이용하는 법을 알게 됐다"고도 했다.



20년 전 인도네시아로부터 독립한 동티모르는 중국과 안보 협정을 맺지는 않지만 해상 유전과 가스전에 24억 달러 규모의 지원을 받기를 원한다. 이는 호주가 지금까지 거부했던 부문이다.

오르타 대통령은 "우리는 미국과 호주가 우리 국민과 평화, 안정을 위해 신경 써 주기에 그들이 우리를 지원해 주기를 희망한다"며 "'중국 카드'를 사용함으로써 그들을 협박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식민지배 시절 독립운동 지도자로서 비폭력 저항 운동에 앞장서 1996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그는 지난달 선거에서 승리하며 재집권에 성공했다.

오르타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중국이 우리에게 '큰 투자자'이면 좋겠다"며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중국 왕이 외교부장이 남태평양 섬나라를 순방하자 호주도 부랴부랴 피지로 외무장관을 급파하는 등 뒤늦게 외교전에 나서고 있다.

이달 21일 총선에서 승리해 새롭게 출범한 호주 노동당 정부는 이들 나라에 소홀했던 전 정부의 외교정책 기조를 완전히 바꾸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taejong7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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