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모아 전시용으로 쓰던 소련 무기, 우크라전으로 재조명
대소련 전술 연구 위해 포획한 전투기·탱크…노후화로 운영은 불가능
러군, 우크라에 최근 50여년 전 양산한 T-62 탱크 투입하기도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김동현 기자 = 미군이 과거 소련에 맞서기 위해 모아놓은 소련제 무기가 그동안 관람용으로나 쓰이고 있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다시 조명받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차로 약 20분 거리에 있는 넬리스 공군기지의 '위협훈련시설'에는 미군이 과거 세계 각지에서 확보한 소련제 무기가 전시돼 있다.
한때 최신예 전투기였던 미그-29, 1차 걸프전에서 서방 항공기를 위협한 SA-13 이동식 지대공 미사일, 아프가니스탄을 상대로 사용한 Mi-24 하인드 헬리콥터 등이 모여 있다.
냉전 시대 미군이 소련을 상대할 전술을 개발하려고 힘들게 확보한 것들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구형 무기로 전락해 중요도가 한참 떨어지게 됐다.
이에 미군은 소련이 붕괴한 이후인 1993년 이 시설의 비밀 등급을 해제하고 1996년 일반에 공개했다.
방문객들이 실제 무기를 보고 만질 수 있다 보니 '체험 동물원'(petting zoo)이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그런데 수십 년이 지난 오늘날 이 시설에 모인 구형 소련 무기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소련제 무기에 익숙한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소련제 전투기와 방공체제를 찾으면서다.
러시아 무기를 오래 다룬 한 전직 미군 장교는 3월에 미군으로부터 이 시설에 있는 소련 항공기를 우크라이나에서 사용하도록 수리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WSJ에 전했다.
그는 불가능하다고 답했다면서 "내가 아는 항공기들은 동체에 수리할 수 없는 손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실제 이곳의 노후화된 장비는 운영 가능한 상태가 아니다. 탱크는 사격을 할 수 없고, 두 대만 자력으로 이동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들 소련 무기는 미군이 러시아를 전장에서 마주하기 전에 그들의 무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두 눈으로 볼 수 있어 여전히 주요한 기능을 한다고 WSJ은 전했다.
최근 러시아군이 50년 이상 된 구형 탱크인 T-62를 열차에 실어 전장에 보내는 모습이 SNS를 통해 전해지기도 했다.
T-62는 1960년대 소련이 주력 생산한 탱크로 세계 최초로 115㎜ 활강포를 채택해 서방의 관심을 끌었고, 현재도 북한 등지에서 운용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군이 네바다의 사막 한가운데 소련 무기를 모으기 시작한 것은 베트남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소련 전투기를 상대로 고전했던 미군은 그 원인을 파악하려고 비밀리에 소련 전투기를 확보해 이 시설로 가져왔다.
미군은 다양한 방식으로 무기를 획득했다.
1차 걸프전에서 격퇴한 이라크군으로부터 Mi-24를 포획했으며, 일부는 냉전 시대 스파이가 훔치거나 망명한 적군이 가져오기도 했다.
이 시설을 운영하는 공군 제547정보대대의 브라이언 레드스톤 대대장(중령)은 "우리는 전리품이라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라며 "전투원의 교육과 훈련을 돕기 위한 습득물이라는 용어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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