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러시아 일부 주의원, 푸틴에 '즉각 철군' 촉구
연해주 주의회서 깜짝 성명 발표…주지사 "반역자" 비난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러시아 극동 연해주 주의회에서 야당 소속 주의원들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에서 즉각 철군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고 AFP 통신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연해주 주의회 회의에선 공산당 소속인 레오니드 바슈케비치 의원이 "러시아 병사의 즉각적인 철수를 요구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낭독해 소란이 불거졌다.
바슈케비치 의원은 "(우크라이나에서) 군사작전을 멈추지 않는다면 우리 나라에는 지금보다도 더 많은 고아가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군사작전 중 많은 이들이 장애인이 됐다. 이들은 우리 나라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젊은이들"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공산당은 명목상 야당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푸틴 대통령을 지지하는 태도를 취해 왔는데, 일부 의원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것이다.
바슈케비치 의원이 낭독한 성명에는 그를 포함해 주의원 4명의 서명이 있었다. 다만, 이중 두 명은 성명 동참을 부인했다.
올레그 코제먀코 연해주 주지사와 여러 주의원은 바슈케비치 의원의 발언을 중단시키려 시도했고, 이 과정에서 코제먀코 주지사는 바슈케비치 의원을 "반역자"로 지칭하며 그가 "러시아군의 신뢰를 훼손했다"고 비난했다.
성명 발표 직후 연해주 주의회는 투표를 거쳐 바슈케비치 의원 등의 이날 회의 발언권을 박탈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연해주 지역 공산당 지도부는 바슈케비치 의원 등이 당과 사전 합의 없이 성명을 냈다면서 "가장 엄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하는 여론이 퍼지는 징후라고 이번 사안의 의미를 진단했다.
이달 23일에는 스위스 제네바 주재 러시아 외교관 보리스 본다레프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항의로 주제네바 러시아 대표부에 사직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그는 외국 외교관 등에게 보낸 서한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 24일만큼 내 조국이 부끄러웠던 적은 없었다"면서 "공직자로서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사임 배경을 밝혔다.
hwang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