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교회 산하 우크라이나 교회 "독립할 것"

입력 2022-05-28 09:13
러시아 정교회 산하 우크라이나 교회 "독립할 것"

러 키릴 총대주교의 전쟁 두둔 행보에 '동의 안 해'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러시아 정교회 산하에 있는 우크라이나 교회가 27일(현지시간) 러시아 본교와 관계 단절을 선언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모스크바 총대주교청 산하 우크라이나 정교회는 성명을 통해 이같이 발표하고 "러시아 정교회 수장인 키릴 총대주교의 전쟁과 관련한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에서 계엄령이 선포된 이후 러시아 지도부와 관계는 사실상 끊긴 상태였다고 덧붙였다.

교회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문제를 논의한 협의회를 열어 우크라이나 정교회의 완전한 독립과 자치를 선언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행하고 동방정교회에서도 가장 큰 교파인 러시아정교회의 키릴 총대주교가 이를 정당화하면서 지지하는 행보를 보이자 러시아 산하 우크라이나 정교회가 러시아 본교와 함께할 수 없다고 판단, 분리 독립을 천명한 것이다.

그러면서 "협의회는 전쟁을 '살인하지 말라'는 하나님의 계명을 어긴 것으로 규탄하며, 전쟁에서 고통받는 모든 이에게 애도를 표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협상을 계속하고 유혈사태를 막을 방법을 찾을 것을 촉구했다.

교회 대변인 클리멘트 대주교는 "키릴 총대주교는 러시아의 침공을 비난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고통받는 우크라이나인을 위한 적절한 말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로 알려진 키릴 총대주교는 전쟁을 비판하기는커녕 우크라이나를 '악의 세력'으로 규정하고 푸틴 대통령을 도덕적·종교적으로 뒷받침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 왔다.

또 우크라이나 소도시 부차에서 발생한 러시아군의 집단학살 정황에도 자국의 침공을 두둔하고 애국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재 우크라이나 정교회는 러시아 계열인 모스크바 총대주교청 산하 교회와 우크라이나 계열 교회로 양분돼 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합병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분리 추진 등으로 양측 갈등의 골이 벌어진 상태였다.

모스크바 총대주교청 소속인 우크라이나 정교회는 이날 발표 전까지는 공식적으로 키릴 총대주교에 대한 충성을 유지해왔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 세계 동방정교회 곳곳에서 러시아 총대주교와의 관계 단절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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