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코로나 치명률이 겨우 0.002%라고?…"광범위한 불신에 직면"
외신 "전례없는 낮은 치명률…김정은 성과 위해 틀린 수치 발표 가능성"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북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는 가운데, 북한 당국이 매우 낮은 수준의 치명률을 발표한 것을 둘러싸고 불신이 퍼지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27일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4월 말부터 지금까지 327만850여 명의 발열환자가 발생했는데, 사망자는 69명으로 집계돼 치명률은 0.002%에 불과하다.
AP통신은 이 치명률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를 포함해 어떤 나라도 달성한 적이 없는 수준이라면서 북한이 코로나19 발병을 인정한 지 2주 만에 광범위한 의구심에 직면하고 있다고 전했다.
백신이 거의 없고 인구의 상당수가 영양 결핍을 겪는 데다 주요 치료시설이나 바이러스 진단 키트가 부족한 여건을 감안할 때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사망자가 나왔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평가라는 것이다.
일례로 한국에서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백신 미접종자의 치명률은 0.6%인데, 북한의 경우 의료 수준이나 영양 상태로 볼 때 적어도 한국 수준이거나 더 높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존스홉킨스대가 지난해 발간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북한의 전염병 대응 능력은 195개 국가 중 193위로 최하위권이었다.
유엔은 최근 몇 년간 보고서에서 북한 주민의 40%가 영양 결핍 상태라고 지적했다.
북한의 발표를 두고서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보호하기 위해 사망자를 실제보다 적게 보고한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또 주민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발병 규모를 과장했을 가능성 역시 있다.
가장 가능성이 큰 경로는 북한이 6월 열릴 노동당 전원회의 기간 김 위원장에게 공을 돌리며 코로나19에 대한 승리를 선언하는 것이 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장은 AP에 "(북한은) 대중의 다양한 불만이 누적됐기 때문에 내부 통제를 강화할 시점"이라며 "김 위원장은 전염병 대응 노력을 주도했는데, 이는 이 대응이 매우 성공적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이전 바이러스보다 덜 치명적이고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어서 북한이 발병 사실을 공개했고, 김 위원장의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해 환자 수를 높였다가 낮추는 시나리오를 세웠을 수 있다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한양대 신영전 교수는 북한 주민이 백신 미접종 상태에서 한국과 같은 치명률을 보인다고 가정하면 10만 명 이상 사망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라이덴대학의 한국 전문가인 크리스토퍼 그린은 로이터통신에 불충분한 검사, 정확한 보고를 할 유인 부족, 정치적 동기 등을 지적하며 근본적으로 말도 안 되는 통계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스틴 펜도스 동서대학 교수는 미 외교전문지 디플로맷 기고문에서 북한이 코로나19 대응 성공을 미화하거나 권력 강화, 국제적 지원 등을 염두에 두고 발열환자 수를 크게 부풀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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