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교실 총기난사 10세 생존자 "다들 겁에 질려 울고만 있었다"
NYT 인터뷰…"폭죽인 줄 알았다 놀라 배운대로 대처"
"살면서 최고 속도로 탈출…대피 후에도 총격범 찾아올까 공포"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총소리가 점점 더 많이 들렸고 울음이 조금 터져나왔다. 가장 친한 친구 소피도 바로 옆에서 울고 있었다."
미국 텍사스주 유밸디의 한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총기참사 당시 교실에서 몸을 숨기고 있었던 10세 소녀 제마 로페스가 2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혼란스러웠던 분위기를 전했다.
로페스는 4학년 교실에서 친구들과 함께 놀던 중 멀리서 크게 펑 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단지 폭죽인 줄로만 알고 넘겼지만, 창문 밖으로 경찰관이 있는 것을 봤고 그 소리는 점점 커졌다고 한다.
심상치 않은 상황인 것을 직감하고 로페스는 침착함을 유지하며 다른 동급생을 진정시키고자 나섰다.
로페스는 "모든 사람이 겁에 질려서 내가 조용히 하라고 외쳤다"고 떠올렸다.
이후 아이는 재빨리 교실 불을 껐고 다 같이 큰 탁자 밑으로 들어가 웅크리고 있었다고 전했다.
어린 나이였지만 그간 여러 해 동안 총격범이 학교에 들어오면 어떻게 해야 할지 훈련을 받아온 덕분에 배운 대로 대처한 것이다.
미국 학교에서는 총기난사를 재난의 한 형태로 보고 생존을 위한 대비훈련을 한다.
로페스는 "우린 유치원 전이나 유치원부터 연습을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평소에 쉽게 겁을 먹지 않는다던 로페스는 그 상황에서도 다른 동급생보다 더 침착했다고 한다.
그러나 생전 이번 같은 총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전에 실생활에서 총 같은 것을 접했던 상황은 5살 때 삼촌이 자신의 장남감 비비탄 총을 쏘는 걸 허락했던 적이 유일했다.
마침내 경찰관 한 명이 교실에 도착했고 다친 사람이 없는지 확인했다.
경찰관은 그러면서 학생들에게 학교 밖으로 서둘러 나가 길 건너편에 있는 장례식장으로 가라고 안내했다.
로페스는 살면서 가장 빠른 속도로 달려 장례식장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아이는 "훨씬 안전하다고 느꼈지만 울음을 멈출 수 없었다"며 "총격범이 이번에는 장례식장으로 다시 올 것으로 생각했다"고 여전히 두려워했다.
로페스의 할머니는 사건 당시 가게에 있었는데 소식을 듣고 학교로 달려갔다.
현장은 혼란 그 자체였다고 전했다.
경찰관은 학교 밖에 몰려든 사람들이 물러서도록 안내하기에 여념 없었다. 할머니는 학교 안으로 뛰어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경찰관의 안내에 따랐다고 한다.
할머니는 마침내 도심에서 로페스와 재회했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울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꾹 참고 손녀를 있는 힘껏 꼭 끌어안았다고 한다.
한편 어린이 19명 등 21명이 희생된 이번 참사에서 총격범은 경찰의 제지를 받지 않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나면서 경찰의 미흡한 초기 대응이 공분을 자아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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