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령 통치' 튀니지 대통령, 7월25일 개헌 투표 공식화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정치 개혁과 부패 척결을 명분으로 헌법기관들을 잇달아 무력화한 북아프리카 튀니지의 카이스 사이에드 대통령이 오는 7월 헌법 개정안에 대한 국민투표 계획을 공식화했다.
사이에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개헌안에 대한 국민투표를 7월 25일에 실시한다는 내용의 명령을 내렸다.
관보에 따르면 투표는 '새로운 공화국'을 위한 개헌안에 대한 찬반 의사를 묻는 형식이다.
사이에드 대통령은 이에 앞서 개헌안을 마련할 자문위원회를 구성했다. 법학 교수인 사도크 벨라이드 위원장을 포함해 위원들은 대부분 법조계 인사들이다.
주요 정당들은 대통령의 일방적인 정치 구조 개편에 거부 의사를 밝혔고, 가장 강력한 노조도 대통령 주도의 개헌 논의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일부 저명 법학자들도 자문위 참여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져, 개헌안의 국민투표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튀니지는 2011년 중동과 북아프리카 일대를 휩쓴 '아랍의 봄' 봉기의 발원지로 중동에서 드물게 민주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심각한 경제난과 정치 갈등 속에 국민의 불만이 쌓여왔고, 코로나19 대유행 이후엔 민생고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가 이어졌다.
2019년 10월 민주적 선거를 통해 당선된 헌법학자 출신 사이에드 대통령은 정치권의 부패와 무능을 척결하겠다면서 지난해 7월 히셈 메시시 전 총리를 전격 해임하고 의회 기능을 정지시켰다.
그는 이어 사법부의 부패와 무능을 질타하면서 사법권 독립을 관장하는 헌법 기구인 최고 사법 위원회(CSM)도 해체했다.
또 그는 의회가 대통령의 독선에 맞서 지난 3월 말 온라인으로 특별 의원 총회를 열자, 아예 의회를 해산했다.
정치권에 불만을 품은 일부 국민은 그의 조치를 전폭적으로 지지하지만, 헌법을 무시한 대통령의 '명령 통치'가 길어지면서 반감도 커졌고 국제사회도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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