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태평양 안보협력 확대에 서방 '중국야심 확인' 화들짝
호주, 섬나라 지원책 발표…뉴질랜드 "중국 도움 불필요"
미국 '노림수 조심' 경종…"미 밀어내고 호주·뉴질랜드 고립"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중국이 남태평양 솔로몬제도에 이어 역내 다른 도서국과도 안보·경제협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 드러나면서 서방국과 이해당사국 전문가들이 일제히 우려를 표명했다고 AFP통신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이 매체는 중국이 왕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남태평양 8개국 순방 계기에 방문국들과 '포괄적 개발 비전'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초안에는 중국의 수백만 달러 규모 지원, 중국과 남태평양 국가 간의 FTA 전망, 중국 시장에 대한 접근권 제공, 안보 협력 등 내용이 담겼다.
이 계획이 공개되자 이날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호주가 안보 파트너 역할을 해온 지역에서 중국이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앨버니지 총리는 그러면서 "호주는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태평양 지역에 대한 개입을 단계적으로 늘려나간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방위훈련과 해양안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기간시설 투자 등에 5억호주달러(약 4천482억원)를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이 계획과 관련해 페니 웡 호주 외교장관은 피지로 날아가 현지 정부와 논의할 예정이다.
뉴질랜드에서는 저신다 아던 총리가 중국의 역내 안보 개입은 필요하지 않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현재 미국을 방문 중인 아던 총리는 "우리는 태평양 지역 안에서 존재하는 그 어떤 안보 과제에도 대응할 수단과 능력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며 "아울러 뉴질랜드는 이를 기꺼이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아던 총리는 중국의 역내 군사적 진출을 반대한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최근 왕 부장의 태평양 순방 계획이 나왔을 때도 중국을 겨냥해 "군사화는 원치 않으며 긴장이 고조되는 것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달 중국과 솔로몬제도가 체결한 안보 협정에 대해서는 태평양 지역을 군사화할 수 있다며 중국이 솔로몬제도에 군 병력을 배치할 이유는 거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미국은 중국이 협정을 체결하려고 하는 태평양 도서국을 향해 일종의 주의 메시지를 날렸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보도된 협정이 성급하고 투명하지 않은 절차 속에서 협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며 "중국은 투명성이나 역내 협의가 거의 없이 모호하고 수상쩍은 거래를 제안하는 패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 지역 국가들이 자국민에게 최선의 이익을 주는, 주권적인 결정을 내릴 능력을 존중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번 협정 계획을 두고 태평양 지역에 대한 중국의 야심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호주 싱크탱크 로이연구소의 태평양 외교정책 전문가 미하이 소라는 "중국이 역내 안보 세력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야망을 보여주는 비교적 드문 문서 증거"라고 풀이했다.
뉴질랜드 캔터베리대학의 앤 마리 브래디 정치교수는 "미국을 역내에서 밀어내고 호주와 뉴질랜드를 고립시키려는 포위 움직임"이라고 해석했다.
미국의 우방인 태평양 섬나라 미크로네시아의 데이비드 파누엘로 대통령은 다른 태평양 지도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중국의 의도를 경고하는 메시지를 냈다.
파누엘로 대통령은 중국이 내민 협정이 언뜻 매력적으로 보여도 결국 중국이 태평양 지역에 접근하고 통제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그 결과는 지역 평화와 안보, 안정이 산산조각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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