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테라' 권도형 싱가포르 주소 가보니…경비원 "모른다.할말없다"

입력 2022-05-26 15:56
[르포] '테라' 권도형 싱가포르 주소 가보니…경비원 "모른다.할말없다"

등기부 등본 주소지는 부촌 내 맨션…"월 임대료 800만∼900만원"

권 CEO, 잠적 속 25일 투표 강행해 '루나 부활' 선언



(싱가포르=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한국산 가상화폐 루나와 테라USD(UST) 폭락 사태를 일으킨 테라폼랩스의 권도형 최고경영자(CEO)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한국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데다 권 CEO가 25일 새 루나·블록체인 부활을 밀어붙여 승인을 받아내면서 그의 소재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다.

앞서 권 CEO는 지난 21일 트위터를 통해 한국에 미납한 세금이 없다며 일각에서 제기된 조세포탈 의혹을 부인하면서 "작년 12월부터 싱가포르에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기자는 26일 싱가포르 나심 지역의 부촌 한가운데 있는 A 고급 맨션을 찾았다.

A 맨션은 싱가포르 정부에서 발급받은 테라폼랩스의 등기부 등본에 적힌 권 CEO의 주소지다.

그러나 권 CEO가 11층짜리 이 맨션에 실제 사는지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

건물 입구에서 경비원이 기자를 막아섰다.

기자는 한국에서 왔다고 소개하고, 권 CEO를 찾고 있다면서 그를 아는지 물었다.

경비원은 상관에게 전화하더니 그 한국인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사진을 보지도 않고 상관이 어떻게 아느냐고 물었지만, "당신이 말한 한국인은 없다"고만 했다.

최근 한 한국 방송사가 건물 안에 들어간 장면이 보도된 게 이런 '강경한 입장'에 영향을 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2년 넘게 일하고 있다는 이 경비원은 기자가 보여준 권 CEO 사진을 보고는 "본 적이 없다"고 같은 말을 했다.



그는 이 맨션에 사는 이들은 대부분 서양인이며, 나머지는 중국인과 인도인이라고 전했다.

한국인은 최근 수개월 전 이사 온 젊은 부부만 있는데, 기자가 보여준 권 CEO 사진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맨션의 월 임대료가 9천∼1만 싱가포르 달러(약 830만원∼920만원) 정도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맨션 주위를 둘러보니 벽 사이로 고급 스포츠가 두어대가 눈에 들어왔다. 일제 고급 승합차도 맨션 안으로 자주 들락날락했다.

11층짜리 이 건물의 각 층에는 3세대만 산다고 경비원은 전했다.



두 시간여 지나자 이 경비원의 상관이라는 남성이 경비초소로 내려왔다.

기자는 한국서 온 기자라고 소개하고, 휴대전화에 저장된 권 CEO 사진을 보여주며 "이 사람을 아느냐, 이 맨션에 산다고 들었다"며 확인을 요청했지만 그는 "모른다. 할 말이 없다"고 잘라 말하고 "건물 밖으로 나가라"고 언성을 높였다.

주싱가포르 한국 대사관 관계자는 한국 사법당국으로부터 권 CEO의 소재 등에 관련한 확인 협조 요청이 있었는지에 대한 질의에 "없다"고 밝혔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지만 외교공관에 권 CEO 신병 확보와 관련한 요청은 아직 안 한 셈이다.

검찰은 UST를 사서 맡기면 연 20% 수익률을 보장하는 테라 측의 '앵커 프로토콜'이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에 해당하는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권 CEO는 잠적 상태에서도 '테라 부활' 투표를 강행해 루나 토큰을 부활시키고 새로운 테라 블록체인을 만들기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테라USD는 부활시키지 않기로 했다.

권 CEO는 투표가 승인된 이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후오비와 비트루, 비트피넥스 등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가 '테라 2.0'을 지지하고 있다는 글을 잇달아 올렸다.



sout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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