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상가상 파키스탄…경제난 속 '퇴출 총리' 주도 반정부 시위

입력 2022-05-26 12:28
설상가상 파키스탄…경제난 속 '퇴출 총리' 주도 반정부 시위

지지자 이끌고 수도 진입…정부, 주요 시설 보호 위해 군부대 파견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경제난이 심각한 파키스탄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까지 발생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돈(DAWN) 등 파키스탄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초 의회의 불신임으로 퇴출당한 임란 칸 전 총리와 지지자들이 수도 이슬라마바드 등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칸 전 총리는 전날 헬리콥터를 이용해 이슬라마바드에서 북서쪽으로 100㎞가량 떨어진 마르단에 도착한 뒤 수만명의 지지자들을 이끌고 수도로 행진했다.

미국 등 외국 세력의 음모로 총리직에서 밀려났다고 주장하는 칸 전 총리는 정권 퇴진과 조기 총선 등을 요구했다. 다음 총선은 내년 하반기로 예정된 상태다.

그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우리는 정치가 아닌 지하드(이슬람 성전)를 하는 것"이라며 "이것은 진정한 자유를 위한 투쟁"이라고 강조했다.

지지자들은 이미 며칠 전부터 북서부 페샤와르에서 북동부 이슬라마바드를 향해 행진 시위를 벌여왔다.

칸 전 총리는 지지자들과 함께 26일 오전 이슬라마바드로 진입했다.

와중에 이슬라마바드는 물론 라호르, 카라치, 라왈핀디 등 여러 도시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했다.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대응에 나섰고 1천700여명의 칸 전 총리 지지자들이 체포됐다.

파키스탄 대법원은 전날 밤 이슬라마바드 외곽의 지정된 장소에서 칸 전 총리가 집회를 열 수 있다고 판결했지만 칸 전 총리는 시내 의회 근처로 행진하라고 지지자들을 고무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시위대가 수도로 들어서자 핵심 시설 보호를 위해 군부대를 파견하기로 했다.

셰바즈 샤리프 신임 총리는 나라를 분열시키고 혼란을 조장한다며 시위대를 비난했다. 시위가 계속될 경우 칸 전 총리를 체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크리켓 스타 출신으로 2018년부터 정권을 이끈 칸 전 총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망가진 경제 회복에 실패하고 부패 척결 공약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공격을 받아오다 총리직에서 밀려났다.

파키스탄 경제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 등으로 인해 대외 부채가 많은 상황에서 코로나19 등이 겹치면서 수렁에 빠진 상태다.

경제 전문 사이트 트레이딩이코노믹스가 파키스탄 중앙은행을 인용한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대외 채무는 1천300억달러(약 164조원)에 달한다.

반면 중앙은행의 외화 보유고는 최근 한 달 반 동안 162억달러(약 20조원)에서 103억달러(약 13조원)로 급감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

지난 4월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13.4% 오르는 등 최근 인플레이션도 심각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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