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 몰던 러 퇴역장성, 피격사망…13번째 장성급 사망자"

입력 2022-05-25 16:16
"전투기 몰던 러 퇴역장성, 피격사망…13번째 장성급 사망자"

2012년 추락사고로 퇴역했으나 63세 나이로 다시 조종간 잡아

영 매체 "러, 조종사 인명피해 누적에 복귀 허용한 듯"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러시아군 퇴역 장성 출신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전투기 조종사가 작전 중 휴대용 대공미사일에 피격돼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2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 더타임스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 공수부대원들은 22일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주에서 러시아군 소속 Su-25 공격기를 격추했다.

이 군용기는 로켓과 폭탄 등을 투하한 직후 회피 동작을 취하다 스팅어 대공미사일에 맞았다. 피격 직후 공중에서 폭발하는 바람에 조종사는 현장에서 즉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러시아군 조종사들이 사용하는 텔레그램 채널에선 사망한 조종사가 거의 10년 전 퇴역한 공군 장성인 카나마트 보타셰프(63) 전 소장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사실이라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숨진 러시아군 장성급 인사 가운데 13번째이고, 러시아군 전투기 조종사 사망자 중에서도 최고 계급이 된다고 더타임스는 지적했다.

영국 BBC 방송은 보타셰프의 군시절 동료들을 접촉한 결과 그가 우크라이나에서 전투 임무에 나섰다가 전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현역 시절 무모한 행동으로 악명이 높았던 보타셰프가 60대의 고령으로 참전한 경위를 묻는 말에 "그저 비껴나 있을 수 없었을 뿐"이라고 답했다.



1959년생으로 예이스크 고등군사항공학교에서 전폭기 조종사 자격증을 획득한 보타셰프는 꾸준히 승진해 카렐리아 베소베츠 항공기지의 러시아 공군 연대 지휘관이 됐지만, 2012년 Su-27 전투기의 복좌형 모델을 무자격으로 몰다가 추락시키는 사고를 내고 군복을 벗었다.

당시 그는 지인이 근무하는 군사기지를 방문해 해당 전투기에 타게 해달라고 졸랐고, 비행 중 조종간을 넘겨받고는 곡예비행을 시도하다가 실속을 일으켰다. 보타셰프 등은 간신히 탈출했지만 전투기는 그대로 추락했다.

보타셰프는 군사재판에 회부됐고, 한 해 전에도 Su-34 전폭기를 허가 없이 조종하다 적발돼 비행금지 명령이 내려진 상황에서 이런 일을 저질렀던 까닭에 유죄가 인정돼 퇴역하는 신세가 됐다.

이후 보타셰프는 러시아군 간부후보생을 교육하는 국영 기관에서 활동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다시 한번 조종석에 앉은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국방부와 항공당국은 보타셰프의 사망 여부를 확인해 주지 않고 있다.

더타임스는 러시아군이 142억원짜리 전폭기 조종사로 60대 퇴역 장성을 기용한 조처는 제공권 장악 실패하면서 조종사들의 인명피해가 커졌기 때문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조종사 한 명을 육성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예컨대 보타셰프는 현역 시절 최고 등급인 '저격수 조종사' 자격을 획득했는데, 이를 위해선 통상 8년의 훈련기간과 100억원 이상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군은 올해 2월 24일 개전 이후 현재까지 러시아군 항공기 205대와 헬리콥터 170대를 격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방의 추산치는 그보다 적은 편이지만 BBC는 확인된 것만 31명의 러시아군 조종사가 우크라이나에서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러시아 정부는 24일에는 군입대 연령 상한을 폐지하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러시아군 입대 연령은 18세 이상 40세 이하로 제한된다.

한편, 러시아군은 서방이 지원한 휴대용 대공 미사일 등에 상당한 피해를 보면서도 끊임없이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군 주력과 일진일퇴의 공방을 벌이는 동부 돈바스 지역에선 공습 빈도를 더욱 높이고 있는 만큼 조종사 인명피해 규모도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hwang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