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실업 공포 번진다…빅테크서 건설현장까지

입력 2022-05-25 11:51
중국 실업 공포 번진다…빅테크서 건설현장까지

감원 전반적 확산…1천만 대졸자 구직난

코로나 충격에 고용 많은 중기·자영업 직격탄



(상하이·선양=연합뉴스) 차대운 박종국 특파원 = 중국에서 실업 공포가 급속히 사회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올 초만 해도 대량 감원은 당국의 고강도 규제 표적이 돼 사업이 위축된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에서 주로 나타났지만 코로나19 충격이 가해지면서 제조업과 서비스업, 건설업 등 전 산업 분야로 확대되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25일 현지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대표적 백색가전 업체인 메이디(Midea)는 전 사업 분야에 걸쳐 대규모 감원을 진행하고 있다.

팡훙보 메이디 회장은 지난 20일 주주총회에서 사업별 감원 비율이 최대 50%에 달한다는 소문을 부인하면서도 인력 축소 작업을 진행 중인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메이디의 감원은 빅테크 중심으로 진행되던 감원이 전통 제조업 부문으로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중국에서는 작년부터 텐센트, 알리바바, 바이트댄스, 징둥, 메이퇀 등 빅테크들에서 대규모 감원이 이어졌다.

당국의 강력한 규제로 사업 확대에 큰 제약을 받아 수익성이 급속히 나빠진 데 다른 대응 성격이 강했다.

메이디의 감원은 코로나19 충격 속에서 중국의 실물 경제가 급속히 나빠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장 조사 기관인 아오웨이윈왕에 따르면 1분기 중국 가전 소매판매는 10.3% 감소했다.

당국의 시장 살리기 노력에도 더욱 침체하는 부동산 경기도 메이디 같은 가전 업체들에까지 충격을 주고 있다.

1∼4월 중국의 부동산 판매 금액은 작년 동기보다 29.5% 감소했는데 신규 주택 판매 급감은 일정한 시차를 두고 에어컨, 텔레비전 등 가전 판매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중국 당국이 급속한 경기 둔화에 빅테크 '발전 지원'을 약속하고 나섰지만 감원 태풍의 눈 격인 빅테크의 고용 불안은 지속되는 모습이다.

지식 공유 사이트인 즈후(知呼)는 지난 20일 다수 직원에게 고용 해지를 전격 통보했다. 일부 직원은 고용 해지 통보 즉시 인사 담당자와 상담했고 23일자로 퇴사 처리됐다.

경제 매체 차이신은 즈후 직원들의 말을 인용해 감원 규모가 전체 인력의 20∼30%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대기업과 달리 현지 뉴스의 큰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충격 속에서 서비스업 종사자, 건설 현장 노동자, 공유차량 기사 등 온라인 플랫폼 노동자 등 사회 각층의 고용 불안이 심각하게 고조되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의 뉴스에는 잘 등장하지 않지만 사실 민생 측면에서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에 고용된 이들의 고용 안정 유지가 훨씬 중요하다.



3천만개가 넘는 중소기업이 전체 세수의 60% 이상을, 국내총생산(GDP)의 70% 이상을, 고용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코로나 확산으로 상하이, 베이징 등 전면·부분 봉쇄가 장기간 이어지는 도시의 많은 노동자는 장기간 수입이 급감하거나 심지어 완전히 끊어진 상태로 지내면서 심각한 생계난에 부닥치고 있다.

연합뉴스가 만난 상하이의 한 미용사는 3월 말부터 두 달째 가게 문이 닫혀 일하지 못하고 있다. 가게에서 매달 2천 위안(약 37만원)의 기본급이라도 받는 그는 사정이 그나마 나은 축에 속한다.

고용 사정 악화는 이미 일부 통계로도 확인되고 있다. 4월 도시 실업률은 전달의 5.8%보다 높은 6.1%를 기록해 당국이 정한 올해 관리 목표 상단(5.5%)을 크게 웃돌았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하는 공식 실업률은 농촌 출신 도시 근로자인 농민공 등 유동 인구까지 반영한 실업률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해 체감 실업률은 이보다 훨씬 높다.

사회 전반의 고용 사정이 급속히 악화하면서 올여름 대학 문을 나서야 하는 졸업예정자들의 구직도 어려워졌다. 4월 공식 청년 실업률은 이미 18.2%에 달했다.

설상가상으로 올여름에는 사상 최대인 1천76만명의 대졸자가 배출될 예정이다.

온라인 매체 펑파이는 24일 상하이의 화둥정법대학 졸업생의 평균 취업률이 20%에도 채 미치지 못한다는 문건을 입수해 보도해 중국 인터넷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화둥정법대학은 보도된 수치가 정확한 것은 아니라면서도 구체적 취업률 수치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이 대학뿐만 아니라 대체로 현재 중국 대졸 예정자들의 평균 취업률이 30%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보도가 많다.

취업난 속에 명문대 졸업생들이 눈높이를 낮춰 일자리를 찾는다는 뉴스도 사회면 헤드라인을 자주 장식한다.

최근 인구가 19만명에 불과한 소도시인 저장성 쑤이창현은 24명의 신규 공무원을 선발했는데 저장대, 푸단대, 상하이교통대 등 명문대 출신 석·박사생들이 대거 합격하면서 화제가 됐다.

가장 중요한 민생 척도인 고용 문제 악화는 올가을 20차 당대회를 통해 시진핑 국가주석의 장기집권 시대를 열고자 하는 중국 공산당에 심각한 도전이 되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코로나19 충격 속에서 고용 문제를 가장 먼저 고려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고용 안정을 최우선 정책 목표로 내세우고 있지만 많은 경제 주체들을 위기로 몰아넣는 근본 요인이 되는 중국식 봉쇄 정책은 오히려 더욱 강력해지고 있다.

ch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