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다이버 자세로 나뭇가지 사이서 활공하는 도롱뇽
美 연구팀 "네 다리 펼쳐 수직낙하 속도 10% 줄이고 수평 활공까지"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스카이다이버는 팔과 다리를 벌리고 이를 조절해 낙하 속도를 늦추거나 방향을 잡는데, 캘리포니아 삼나무 숲속에 사는 도롱뇽도 급할 땐 이런 고난도 자세로 나무 사이를 건너뛰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물학 저널 발행사인 '셀프레스'(Cell Press)에 따르면 사우스플로리다대학의 생물학 박사과정 연구원 크리스천 브라운이 이끄는 연구팀은 무폐도롱뇽류인 '방랑도롱뇽'(wandering salamander)이 삼나무 가지를 옮겨 다니는 비행 행동을 관찰해 이런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아네이데스 바그란스'(Aneides vagrans)라는 학명이 붙은 방랑도롱뇽이 다리와 꼬리를 조정해 안정적인 활공 자세를 유지하는 것으로 제시했다.
빠르고 센 기류를 일으키는 장치인 풍동(風洞) 실험에서 방랑도롱뇽은 다리를 펼쳐 최대 10%까지 수직 낙하 속도를 줄였으며, 몸통과 꼬리 등의 꿈틀거림을 통해 비수직적 활공도 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YNAPHOTO path='AKR20220525064800009_02_i.gif' id='AKR20220525064800009_0201' title='수직 풍동실험에서 스카이다이버처럼 네 다리를 펼치고 활공하는 방랑도롱뇽' caption='[Christian Brown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허파 없이 피부로 호흡하는 양서류인 이끼도롱뇽 수백여 종이 나무를 기어오르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40m 높이 나뭇가지에 오르는 방랑도롱뇽이 스카이다이버와 같은 자세로 활공하는 것에 관해서는 밝혀진 것이 없었다.
연구팀은 "연못이나 개울 등에 서식하는 도롱뇽의 활공은 그 자체가 다소 예기치 못한 것이었다"면서 "방랑도롱뇽이 풍동 낙하실험에서 보여준 정교한 수준의 통제력은 정말 놀라웠다"고 했다.
브라운 연구원은 "방랑도롱뇽은 낙하 속도를 늦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세한 몸동작을 통해 몸을 똑바로 유지하거나 비스듬히 선회하고 수평으로 활공할 수 있다"면서 "방랑도롱뇽은 스카이다이빙 자세에 특히 더 능숙하며, 처음 기류를 접하면 본능적으로 스카이다이빙 자세를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연구팀은 방랑 도롱뇽이 활공을 위해 비막(飛膜)이나 띠 등의 현란한 기술을 동원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주목할만하다고 했다.
브라운 연구원은 "과학자들은 삼나무 숲 상부의 생태계와 이런 생태계가 진화를 통해 형성해온 독특한 동물에 관해 수박 겉핥기식 연구만 해왔다"면서 "기후가 유례없는 속도로 바뀌고 있어 연약한 생태계를 더 잘 이해하고 보호, 보존하려면 방랑도롱뇽과 같은 동물의 자료를 더 많이 수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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