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도 금리인상 '빅스텝' 필요성 놓고 '설왕설래'
매파 0.5%p 인상론 제기…라가르드 등 비둘기파 점진적 인상 선호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마이너스 금리 종식을 언급한 이후 기준금리 인상 폭을 두고 ECB 내 매파(통화긴축 선호 인사)와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인사) 간 논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클라스 크노트 네덜란드 중앙은행 총재를 중심으로 한 매파 진영은 필요하다면 0.5%포인트 인상도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라가르드 총재를 비롯한 비둘기파는 점진적인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라가르드 총재가 ECB 홈페이지 블로그에서 3분기 말까지 마이너스 기준금리에서 벗어날 것 같다고 한 언급이 ECB 매파 위원들을 자극했다고 정통한 소식통들은 전했다.
ECB의 정책금리 중 하나인 예금금리는 현재 -0.5%다. 라가르드 총재의 말대로 예금금리가 마이너스를 벗어나려면 7월과 9월 두 차례 통화정책 회의에서 모두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야 한다.
6월에도 통화정책 회의가 예정돼 있으나, 라가르드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 개시 시점을 사실상 7월로 못 박았다.
이에 로베르트 홀츠만 오스트리아 중앙은행 총재는 이날 자국 매체와 인터뷰에서 7월에 0.5%포인트 인상이 "적절하다"며 좀 더 공격적인 행보를 주문했다.
그는 이런 행보가 "시장에 우리가 행동할 필요성을 이해했다는 신호를 줄 것"이라며 "이와 다른 모든 것은 물렁해보일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마르틴스 카작스 라트비아 중앙은행 총재도 통상적인 금리 인상 폭의 두 배에 해당하는 '빅스텝'을 논의할 수 있다고 이날 밝혔다.
ECB에서 빅스텝의 필요성은 매파로 알려진 크노트 네덜란드 중앙은행 총재가 이달 17일 이미 제기했다.
그는 당시 자국 TV와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 상황이 악화하면 0.5%포인트 인상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프랑수아 빌르루아 드갈로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는 이날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지금 시점에서 0.5%포인트 인상은 합의된 바가 아니다"며 빅스텝 논의에 선을 그었다.
그는 "통화정책을 정상화하는 것이지 긴축하려는 것이 아니다"며 "기준금리 인상은 점진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드갈로 총재는 내년께 기준금리를 중립 수준으로 올리고서 물가상승률을 정책 목표인 2%로 낮추는 데 충분한지를 살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중립 금리는 인플레이션을 부추기지도 않고 디플레이션을 일으키지도 않는 수준의 정책금리로, 드갈로 총재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중립 금리를 1∼2%로 추정했다.
라가르드 총재도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현재 유로존의 물가 상승은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이 아니기에 약간의 여유가 있다며 빅스텝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확실히 공급 측면이 부채질하는 인플레이션"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여야 하지만 서두를 필요도, 당황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7월 금리 인상 움직임을 예고해야 할 6월 통화정책 회의를 앞두고 금리 인상 폭을 둘러싼 ECB 위원들 간 논쟁이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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