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올 겨울 천연가스 대란 우려…"아시아·유럽 확보경쟁"

입력 2022-05-24 17:35
세계 올 겨울 천연가스 대란 우려…"아시아·유럽 확보경쟁"

EU "겨울 전 첫 천연가스 공동구매"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전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급등하면서 에너지 수요가 많은 이번 겨울 역사적인 수준의 가스 부족 사태가 우려된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4일 진단했다.

러시아가 천연가스 수출을 지렛대로 유럽을 압박하자 유럽 각국은 수입선 다변화와 에너지 자립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이 천연가스 가격 상승을 이끌고 있다.

유럽은 천연가스 수요의 약 40%를 러시아산에 의존해 왔지만, 올해 안에 러시아산 가스 수입을 3분의 1 수준으로 줄이고 이를 미국이나 아프리카산으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게다가 중국의 코로나19 봉쇄가 하반기에 개선될 경우 이 역시도 LNG 수요를 부채질할 요인으로 꼽히며, 세계적인 원자재 인플레이션도 부정적 요소로 꼽힌다.

노르웨이의 에너지 정보업체 라이스타드 에너지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천연가스 수요가 4억3천600만t에 이르러 공급 가능량인 4억1천만t보다 2천600만t 정도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적으로 수입국들은 여름 동안 다음 겨울 성수기에 대비해 LNG를 비축하는데, 올해는 이미 비축 작업이 시작됐다.

한국과 일본 업체들이 내년 초 인도분까지 확보 중이며, LNG 공급업체들은 아시아로 가던 물량을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유럽 쪽으로 돌리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로 인해 현물시장에 공급이 부족해지고, 인도나 파키스탄 등 개발도상국들이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마이클 스토파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가스전략 고문은 "전 세계 가스 생산기지에 남는 생산능력이 없다 보니 유럽과 아시아가 가능한 공급량을 두고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에너지 리서치회사 우드 매켄지의 발레리 초우도 유럽과 동북아의 LNG 수입국들이 물량 확보 경쟁을 벌이면서 겨울이 올수록 공급 경색이 생길 것으로 봤다.



이러한 가운데 유럽연합(EU) 카드리 심슨 에너지 정책 담당 집행위원은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겨울이 오기 전 회원국 천연가스 공동구매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EU 회원국들이 공동으로 움직여 가격 협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로이터에 따르면 호주 동부 천연가스 시장수요의 7%를 판매하는 민간 가스소매업체 웨스턴에너지가 가스 가격 상승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가동을 멈췄다.

호주 당국은 이 업체가 재정보증 요구를 충족하지 못했다며 현금 흐름 상의 문제를 이유로 천연가스 도매시장 참여를 제한했다.

업체 측은 가스 가격이 연초에 비해 거의 3배로 올랐으며, 최근 호주가 석탄 화력 발전을 줄이면서 가스 화력발전 수요도 커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급격히 오르는 에너지 가격으로 호주 기업 수백 곳과 일자리 수천 개가 위험에 처했다"고 호소했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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