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이어 바이오까지 '제2의 반도체 신화'…승부수 띄운 이재용
반도체·바이오·신성장 IT 등에 향후 5년간 450조원 투자 계획
"시스템반도체·파운드리 선두로 나서면 또 하나의 삼성전자 효과"
미래 먹거리 선점·혁신 성장 본격 시동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삼성이 24일 향후 5년간 450조원의 대규모 투자와 8만명의 신규 채용 계획을 공개하며 '미래 먹거리' 육성을 위한 승부수를 띄웠다.
반도체, 바이오, 신성장 IT 등 신사업을 중심으로 450조원을 중점 투자해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을 주도하고 바이오 분야에서도 '제2의 반도체 신화'를 구현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인공지능(AI)·차세대 통신 등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IT 기술 개발에도 가속페달을 밟을 예정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뉴삼성' 전략에 따라 미래 먹거리 선점과 혁신 성장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고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앞서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미래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2020.3.25, 차세대 기술 간담회), "저희가 열심히 경영하고 투자하고 좋은 일자리 만들어서 나라 경제에 힘이 되고, 또 제일 중요한 우리 사회를 더 따뜻하게 만드는 데 노력을 조금 더 하겠다"(2021.12.27, 청년희망ON 간담회 인사말), "저와 삼성은 세상에 없는 기술, 우리만이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더 많이 투자하고 더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2021.12.27, 청년희망ON 영상 메시지)는 등의 메시지를 내왔다.
◇ 팹리스 시스템반도체·파운드리 중점투자…메모리는 초격차 유지
삼성이 발표한 반도체 분야 투자 계획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팹리스(설계)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다.
삼성이 이들 사업에 집중하는 것은 메모리반도체에 편중된 반도체 사업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반도체는 크게 정보를 기억하는 메모리반도체와 데이터를 연산·제어·처리를 하는 시스템 반도체로 나뉘는데 삼성전자는 전체 반도체 매출의 70% 이상이 메모리반도체에서 나올 만큼 메모리 편중이 심하다.
삼성전자는 우선 고성능 저전력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5G·6G 통신모뎀 등 초고속통신 반도체, 고화질 이미지센서 등 4차 산업혁명 구현에 필수 불가결한 팹리스 시스템반도체와 센서 중심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팹리스 시스템반도체는 인간의 눈·코·귀 피부처럼 데이터를 센싱하고, 두뇌처럼 분석·처리하는 역할을 하는 반도체를 말한다.
현재 8천여종의 제품으로 구성돼있으며 용도와 수요가 사실상 무한대에 가깝다.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산업에는 인텔, 엔비디아, 퀄컴, 소니 등 분야별 강자들이 포진해 있는데 투자와 연구·개발(R&D)을 통해 분야별 1등 업체와의 점유율 격차를 줄여나가겠다는 것이다.
또 파운드리 사업은 GAA(Gate-All-Around) 등 차세대 생산 기술을 적용해 3나노 이하의 제품을 조기에 양산하고 차세대 패키지 기술 확보로 연산칩과 메모리가 함께 탑재된 융복합 솔루션을 개발해 업계 선두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계획이다.
아울러 지난 30년간 선도해 온 메모리 분야에 향후 5년간 투자를 지속해 초격차 위상을 강화할 방침이다.
공정 미세화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신소재 신구조에 대한 R&D를 강화하고, 반도체 미세화에 유리한 EUV(극자외선) 공정 기술을 조기에 도입하는 등 첨단기술을 선제적으로 적용할 방침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팹리스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글로벌 선두로 나설 경우 삼성전자를 하나 더 만드는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공격적 바이오 투자로 '제2의 반도체 신화' 구현 목표
삼성은 또 바이오 분야에서 '제2의 반도체' 신화를 구현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바이오 산업은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국가 안보 산업으로 변모했으나 소수 선진국과 대형 제약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경제안보 측면에서 바이오 공급망을 국내에 두는 것은 단순히 국내총생산(GDP) 등 수치로 표현되는 그 이상의 전략적 의미가 있다.
삼성은 우선 바이오 주권 확보를 위해 공격적인 투자 기조를 이어가며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파이프라인을 확대하는 등 새 성장 동력 발굴에 나설 계획이다.
삼성의 바이오사업은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과 바이오시밀러를 양대 축으로 삼아 성장해왔는데 현재 건설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4공장이 완료되면 CDMO 분야 생산능력은 62만L(리터)로 압도적 세계 1위로 도약하게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어 5·6 공장 건설에 나서는 등 공격적 투자와 생산기술 역량 고도화로 'CDMO 생산량 1위'를 넘어 '압도적 글로벌 1위'를 확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바이오시밀러 위주의 파이프라인을 확대·고도화하고 역량을 강화해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는 기반을 굳건히 다질 계획이다.
◇ 신성장 IT 기술 개발…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 주도권 확보
삼성은 AI 차세대 통신 등 신성장 IT 분야에서도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삼성은 전 세계 7개 지역의 글로벌 AI 센터를 통해 선행기술 연구에 나서는 한편으로 인재영입과 전문인력 육성을 추진하고 있다.
또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을 통해 국내 신진연구자의 혁신적인 AI 연구에 대한 지원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반도체는 물론 모바일 기기, TV, 가전 등 사실상 모든 사업 부문에서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으며 '삼성 AI 포럼' 등을 통해 혁신 성과도 공유하고 있다고 삼성전자는 소개했다.
다만 한국은 미국과 중국 등 AI 선도국보다 데이터, 전문인력 등의 자원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향후 삼성전자의 역할에 더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차세대 통신 분야에서도 리더십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삼성은 6세대 이동통신(6G) 핵심 기술 선점 및 글로벌 표준화를 통해 통신 분야에서도 초격차를 추진할 방침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차세대 이동통신은 디지털 전환뿐 아니라 미래 신산업의 성장 기반이 되는 핵심 기술"이라며 "글로벌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해서는 선제적 기술 개발과 국제표준 선점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6G는 5G보다 50배 빠른 기술로 초실감 확장 현실, 고정밀 모바일 홀로그램, 디지털 복제 등의 서비스를 실생활에서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디지털 전환, 초격차 혁신의 기반 기술로 평가된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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