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러군, 반복된 도하 실패는 작전 미숙과 지휘부 욕심탓"

입력 2022-05-24 10:55
[우크라 침공] "러군, 반복된 도하 실패는 작전 미숙과 지휘부 욕심탓"

대대급 병력 잃은 시베르스키도네츠강 도하 시도서 전술 부족 드러나

군사 전문가들 "어려운 작전, 성급하게 시도"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최근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 러시아군이 강을 건너 진군하려다 거듭 실패한 것은 부실한 작전과 지휘부의 성급한 욕심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현지시간) 전했다.

극도로 노출된 환경에서 이뤄지는 도하 작전에 성공하기 위해선 철저한 준비와 신속성, 지상·수상·공중 전력의 복잡한 조합이 필요하다.

특히, 특수장비와 전문병력이 동원되고 사상자가 발생할 부담도 커서 꼭 필요한 상황에서만 쓰이는 작전이지만, 러시아군은 충분한 준비 없이 마구잡이로 도하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WSJ에 따르면 러시아군이 도하 작전에 실패한 흔적이 담긴 사진들을 분석한 서방 장교들은 러시아군이 군사 교리와 전투 매뉴얼을 무시한 채 어려운 작전을 성급하게 시도했다고 평가했다.

이달 8일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 시베르스키도네츠강을 건너려던 러시아군 대대급 병력이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본 사례가 대표적이다.

도하 작전의 성공을 위해선 보통 상대편을 넓은 영역에 분산시킨 채 여러 지점에서 동시에 강을 건너는 전술이 쓰인다.

한 지점에서만 도하해야 할 환경이라면, 적군의 시선을 분산하기 위해 다른 장소에서 '가짜 도하 작전'을 벌이는 등 기만전술을 사용하는 게 정석이다.

하지만, 당시 러시아군은 그런 노력 없이 단 한 지점에서 부교를 가설했고, 이러한 움직임을 일찌감치 포착한 우크라이나군은 강을 건너려는 러시아군 본대에 대대적 공격을 가할 수 있었다.

러시아군이 부교 두 개를 서로 가까운 거리에 설치한 것도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에 동시에 무너지는 약점으로 작용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부교를 띄우기 전에 건너편 지대를 일정 부분 미리 확보하는 것도 작전 성패를 가르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도하에 앞서 적의 움직임을 견제하고 아군이 신속히 강을 건널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지만, 서방 장교들은 현장 사진상으로는 러시아군이 이런 전술을 쓴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러시아군의 도하작전 실패가 지휘 체계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위급 지휘관들이 충분한 준비 없이 전장에 병력을 밀어 넣고 전과를 낼 것을 강요하는 상황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수년간 러시아군을 연구해 온 피터 듀크 데루카 미 육군 퇴역 준장은 "도하는 가장 복잡한 작전 중 하나"라며 "이것이 효과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모든 게 잘 조정돼야 하지만 우크라이나에 있는 러시아군에게선 그런 점을 찾아볼 수 없다"고 평가했다.

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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