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성폭행 의혹 불거진 프랑스 신임 장관…당사자는 강력 부인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임명한 신임 장관이 10년 전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제 막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마크롱 대통령뿐만 아니라 국회의원 총선거를 채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여당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요소다.
해당 인물은 다미앵 아바드(42) 연대·자립 및 장애인부 장관으로, 탐사보도 전문매체 메디아파르는 그가 2010년과 2011년 여성 2명을 성폭행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피해자는 2010년 샴페인 한 잔을 먹고 의식을 잃었다가 아바드의 호텔 방에서 고통을 느끼면서 깨어났다며 자신이 약에 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마르고'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다른 피해자는 2011년 아바드 장관과 합의하고 성관계를 했는데, 항문 성교를 강요해 경찰에 신고했다가 이후 정식으로 고소하기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의혹에 관해 아바드 장관은 23일(현지시간) BFM 방송과 인터뷰에서 "나의 모든 성관계는 합의로 이뤄졌다"며 "그 어떤 여성도 성폭행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희소 관절염을 앓고 있는 아바드 장관은 전날 타인의 도움이 있어야만 일어설 수 있기 때문에, 동의 없이 누군가를 성폭행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이날은 새 정부 들어 국무회의가 처음 열린 날이었지만, 프랑스 언론들은 새 정부의 비전보다는 아바드 장관을 둘러싼 의혹을 파헤치는 데 집중했다.
국무회의가 끝나고 브리핑을 위해 마이크를 잡은 올리비아 그레구아르 신임 정부 대변인에게는 아바드 장관에 관한 질문이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그레구아르 대변인은 아바드 장관에게 제기된 의혹은 검찰에서 추가 조치 없이 종결된 사건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수사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좌파 진영에서는 2019년 11월∼2022년 5월까지 하원에서 중도 우파 공화당(LR)을 이끌었던 아바드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올리비에 포르 사회당(PS) 대표는 프랑스 앵테르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피해자들이 거짓말을 한다고 믿을만한 이유가 없다"며 당국의 결론이 나올 때까지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녹색당(EELV)의 상드린 루소 의원 역시 RTL 라디오에 "여성에게 충분히 큰 목소리를 들려줄 수 있도록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며 아바드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2020년 임명한 제랄드 다르마냉 내무부 장관이 성폭행 및 성추행 의혹에 휩싸여 반대 시위가 열렸어도 임명을 철회하지 않았다.
마크롱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에서도 자리를 유지한 다르마냉 장관은 자신에게 제기된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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