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대만·IPEF '충돌'…안보·경제 포괄 '신냉전' 접어드나
바이든 대만 군사개입 발언에 중국 "14억과 대치 말라"며 발끈
미국 주도 IPEF 발족…中 "지정학적 대항 조장 말라" 반발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일 순방 나흘째인 23일 미국과 중국이 안보와 경제 영역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미국은 군 통수권자의 입을 통해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미국이 무력개입할 것임을 밝히는 한편, 아태지역에서 경제 영토를 확장해가고 있는 중국에 맞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를 출범시켰다.
중국은 바이든 대통령의 대만 언급에 대해 "14억 인민의 대립면에 서지 말라"며 강력 경고했고, IPEF에 대해선 "지정학적 대항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며 견제했다.
아태지역에서 미중간 신냉전이 본격 개막한 것일 수 있다는 일각의 분석 속에, 한국은 미국 주도의 IPEF에 가입하고,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보조를 같이함으로써 대(對) 미·중 외교의 새 좌표 찍기에 나섰다.
◇바이든, 역대 가장 명확한 대만 방어 약속…中 "결연한 반대"
23일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은 미일동맹의 반중(反中) 지향성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중국의 지속적인 핵 능력 증강을 언급하면서 중국에 투명성 제고와 핵 군축 협정에 대한 기여를 요구했다.
또 "지역의 평화 및 안정을 지키기 위해 억지력을 강화하는데 협력하기로 했다"며 "동중국해에서의 모든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에 강력히 반대하고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불법적인 해양 권리에 관한 주장, 매립지의 군사화 및 위압적인 활동에 대한 강한 반대를 재차 강조했다"고 밝혔다.
21일의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이 중국 견제의 내용을 담되 중국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던 것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또 공동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을 방어하기 위해 군사개입을 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예스(예). 그것이 우리의 약속"이라고 답했다.
그는 대만 주변으로 중국이 군용기를 보내 무력 시위를 하는 데 대해 "경솔하게 위험한 짓을 한다"고 경고하면서 미국은 "중국이 대만에 무력을 사용할 수 없도록 일본 등 다른 나라와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강렬한 불만과 결연한 반대를 표명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대만 발언에 대해 질문받자 이같이 밝히고 "14억 인민의 대립면에 서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반드시 강고한 행동으로 자신의 주권과 안보 이익을 지킬 것"이라며 "우리는 한다면 한다"고 덧붙였다.
또 주일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미일 정상회담 및 공동성명은 악의적으로 중국 관련 의제를 조작하고, 중국을 이유없이 비난하며, 중국의 내정을 거칠게 간섭하는 등 국제법과 국제관계의 기본준칙을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이런 양측의 공방은 최근 미중 양국 군함의 잇따른 상호 무력시위로 인해 높아진 대만해협 긴장 수위를 더 향상시킬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역내 中 경제영향력에 대항하는 미 주도 IPEF 출범…中 "아태지역 나토화 안돼"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억제하기 위해 미국이 주도하는 다자 경제협력체인 IPEF가 공식 출범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 방문 이틀째인 23일 도쿄에서 한미일, 호주, 뉴질랜드, 인도와 동남아 7개국 등 총 13개국이 참여하는 IPEF 출범 행사를 주재하고 공식 출범을 알렸다. 13개국의 국내총생산(GDP)을 합치면 전 세계의 40%에 해당한다.
IPEF 출범 공동성명은 "경제의 회복, 지속성, 포용, 경제성장, 공정, 경쟁을 증진시키려는 것"이라고 했지만 중국은 '아태판 나토'를 거론하며 미국의 의도가 중국 포위 및 배제에 있다는 시각을 드러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브리핑에서 "어떤 명목의 지역 경제 협력체이건 간에 산업망의 안정을 해쳐서는 안 되고, 지정학적 대항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며 견제구를 던졌다.
왕 대변인은 또 "인위적 경제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기술 봉쇄, 산업망 단절은 공급망 위기를 악화시켜 세계에 엄중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며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아태 지역을 진영화하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화하고 냉전화하는 각종 음모는 모두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은 앞으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활성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등을 통해 역내 개별 국가들에 대한 자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지키는 방식으로 미국에 맞설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인태전략에 성큼 다가선 한국…中 정부는 신중 기류, 관영매체는 날카로운 견제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IPEF 정상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IPEF 출범을 지지하며 "한국도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21일 한미정상회담 계기에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을 내세우고, 한국의 자체적 인도·태평양 전략 프레임워크를 수립키로 하는 등 안보 면에서 미국의 인도·태평양 구상에 바짝 다가간데 이어 경제 영역에서도 미국과의 협력 틀을 넓힌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IPEF가 중국을 배제하려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지만 이번 한미정상회담 계기에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한국 외교·안보의 좌표를 미국 쪽으로 일보 옮겼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안보와 경제를 포괄하는 치열하고 전면적인 미중 전략경쟁 시대에 더 이상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식 접근은 설 자리가 없다는 인식에 바탕한 전략적 행보였다는 평가가 많다.
중국은 23일 외교부 브리핑 계기에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의 대만 언급에 대해 "내정 간섭"이라며 항의했지만 동시에 한중 경제 협력을 강조하며 일단 한국 새 정부의 향후 행보를 주시하겠다는 의중을 드러냈다.
다만 관영매체들은 "한국은 미국의 반중(反中) 인도·태평양 전략의 노리개가 되거나 최대 무역 상대국의 감정을 상하게 해서는 안 된다"(글로벌타임스 23일자)는 등 강경 목소리를 내며 정부를 대신해 날카로운 견제구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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