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의 그늘…정신건강 악화한 英아동·청소년 급증

입력 2022-05-23 16:22
팬데믹의 그늘…정신건강 악화한 英아동·청소년 급증

NHS 정신과 진료의뢰 청소년 역대 최다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을 계기로 영국에선 정신건강 문제를 호소하는 아동·청소년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현지 일간 가디언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공공의료 서비스인 국민보건서비스(NHS)의 '정신건강서비스 월간통계' 최신판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잉글랜드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거나 진료 대기 중인 18세 이하 아동·청소년은 총 42만314명으로 집계됐다.

영국의 의료시스템은 먼저 동네 병원 주치의가 환자를 1차 진료한 뒤 추가 치료·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NHS의 종합병원이나 아동·청소년 정신건강서비스(CAMHS)에 의뢰하는 방식이다.

즉, 정신과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한 것으로 파악된 아동 청소년 숫자가 현재 42만 명 이상이라는 의미다.

이는 2016년 관련 기록을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최다로, 2년 만에 54% 급증한 것이다.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 문제를 다루는 자선단체 '영마인즈'의 올리 파커 대외협력실장은 가디언에 "지난 2년간 젊은이들은 격리를 겪었고 교육받을 기회도 방해받았다. 상담 선생님이나 주치의를 만날 기회 역시 제한됐다"며 "이런 상황이 정신건강에 막대한 악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문제는 통계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는 더 많은 아동·청소년이 문제를 겪고 있으면서도 병원 문턱조차 밟지 못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치료를 결심하고 주치의를 만난다 해도, 상급병원 진료 차례를 기다리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도 많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영국이 자랑하는 NHS는 치료비가 무료지만 장시간 대기가 거의 필수라는 점이 고질적 단점이다. 가디언은 정신건강 진료를 의뢰한 아동이 평균 81일을 대기해야 하는 지역도 있었다고 전했다.

임상심리학자인 니하라 크로스 박사는 "이 통계만으로는 누가 얼마나 효과적인 치료를 받고 있는지, 치료 접근성이 개선됐는지는 알기 어렵다"며 "지금 치료가 매우 필요한 상황이라는 점은 확실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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