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역린'은 미국 셰일?…"셰일 언급에 발끈 소리질러"

입력 2022-05-23 15:04
푸틴의 '역린'은 미국 셰일?…"셰일 언급에 발끈 소리질러"

9년 전 행사 도중…"셰일은 야만적" 강변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 에너지 안보 문제가 부각된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년 전 한 행사에서 미국의 셰일석유·가스 개발 언급에 순간 격노하는 반응을 보였다는 일화가 공개됐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유명 에너지 전문가인 대니얼 예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부회장은 최근 한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해 2013년 러시아에서 열린 국제경제포럼(IEF) 행사 당시 연설자로 나선 푸틴 대통령에게 질문했던 경험을 소개했다.

예긴 부회장은 자신이 러시아 경제의 다변화에 대해 평이하게 질문을 시작했는데 "'셰일'이라는 단어를 언급하자 푸틴 대통령이 청중 3천명 앞에서 '셰일은 야만적'이라며 소리를 질렀다"고 밝혔다.

이어 "그건 정말 불쾌한 경험이었다"라며 오늘날 독일의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를 높였다는 비판을 받는 앙겔라 메르켈 당시 독일 총리도 단상에 함께 있었는데 푸틴 대통령과 서로 적대감이 느껴졌다고 회상했다.

예긴 부회장은 미국의 셰일 석유·가스 개발이 세간에 알려진 것보다 지정학적으로 훨씬 큰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했다.

그는 "2008년께부터 일어난 '셰일 혁명'으로 미국은 완전히 다른 위치에 놓이게 됐다"면서 미국이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의 석유 생산국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은 미국 셰일이 2가지 방식으로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지 알았다"면서 "첫째로 미국산 천연가스가 유럽에서 러시아산 가스와 경쟁할 거라는 의미였다. 그게 현재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벌어지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둘째로는 미국이 석유 수요의 60%를 수입하던 과거와 달리 셰일이 미국의 지위를 강화하고 유연성을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러시아의 에너지 생산·공급 문제는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개에서도 핵심 변수로 꼽히고 있다.

러시아가 천연가스 수출을 지렛대로 유럽을 압박하자 유럽 각국은 수입선 다변화와 에너지 자립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으며, 미국은 유럽에 천연가스 수출을 늘려 지원하고 있다.

예긴 부회장은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높은 유럽 국가들이 공급 경색을 버틸 수 있을지에 대해 "매우 중요한 문제"라면서 "비축분을 채워 겨울을 보낼 수 있을지가 큰 문제"라고 관측했다.

또 "푸틴 대통령이 (그동안의 착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계산하고 있으며, 현재의 에너지 차질이 유럽 경제에 큰 위협이 돼 결국 현재의 (반러) 연합이 깨질 거라고 말했다"면서 "푸틴 대통령이 여기에 베팅했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이어 "아킬레스건은 가을과 겨울에 유럽에 무슨 일이 생길지다"라면서 최소한 독일은 러시아와의 협상을 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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