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에 13조원 '투자 선물' 현대차…UAM·자율주행 경쟁력 높인다
현대차그룹, 이틀간 105억달러 투자계획 발표…신사업에만 50억달러
미국 기업과 다양한 협업…정의선 "미국 투자 늘면 한국도 늘어"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최평천 오지은 기자 = 현대차그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에 맞춰 105억달러(약 13조4천억원)의 대규모 투자를 전격 발표하면서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한 그룹의 신사업 추진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2일 오전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진행된 바이든 대통령과의 면담 자리에서 로보틱스, UAM(도심항공교통), 자율주행, 인공지능 등과 관련해 추가로 50억달러(약 6조3천억원)를 미국에 투자한다고 직접 밝혔다.
전날 발표한 55억달러 규모의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에 이은 후속 투자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미국에서 본격적인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나선 것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자동차 제조 기업에서 미래 모빌리티 그룹으로의 전환 작업에도 속도가 붙게 됐다.
◇ 현대차그룹, 美서 자율주행·UAM 기술 개발 본격화
현대차그룹이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에 맞춰 '투자 선물'을 내놓았지만, 이미 그룹의 미래 먹거리 사업인 자율주행, 로보틱스, UAM 개발은 미국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현대차[005380]와 미국 자율주행업체 앱티브의 합작사인 모셔널은 아이오닉 5를 기반으로 자율주행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모셔널은 자율주행 레벨 4가 적용된 아이오닉 5를 활용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우버이츠'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내년에는 카셰어링 업체 '리프트'와 함께 미국에서 상용 로보택시 서비스를 개시할 계획이다.
모셔널은 세계적 권위를 갖춘 산업 분야 인증 전문 기관인 TUV SUD로부터 자율주행 시스템, 기술력, 운영능력 등을 검증받았다. 구체적으로 업계 최초로 운전자의 개입 없이 차량이 스스로 대처할 수 있는 수준의 자율주행(레벨 4 수준) 기술과 안전성을 인증받았다.
현대차그룹은 또 지난해 세계적 로봇 기업인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지분 80%를 1조원가량에 인수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로봇 개로 알려진 4족 보행 로봇 '스팟'과 2족 직립 보행이 가능한 연구용 로봇 '아틀라스', 창고 자동화를 위해 설계된 로봇 '스트레치' 등을 선보였다. 스트레치는 내년에 대량으로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UAM 분야에서는 2020년 워싱턴DC에 UAM 독립법인인 슈퍼널을 설립하고 전기 수직 이착륙 장치 연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슈퍼널은 기체 개발뿐 아니라 기존 교통망에 미래항공모빌리티를 통합한 승객 및 화물 플랫폼까지 개발할 방침이다.
2028년 도심 운영에 최적화된 완전 전동화 UAM 모델을 선보이고, 2030년대에는 인접한 도시를 연결하는 지역항공 모빌리티 기체를 선보일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내 첫 전용 전기차 전용 공장을 건설하며 친환경차로의 전환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전날 미국 조지아주에 약 55억달러를 투입해 전기차 전용 공장과 배터리셀 공장 등의 전기차 생산 거점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 해당 공장이 가동되면 연간 3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 회장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에게 현대차에 대한 미국 정부의 지원도 요청했다.
◇ "미국 시장 크고 기술력도 세계 1위"…'바이 아메리칸' 대응
이번에 발표된 현대차그룹의 대미 투자 규모는 105억달러로, 작년 5월 발표한 74억달러보다 31억달러 많다.
급성장하는 전기차 시장 선점과 자율주행, AI 분야 인재 확보를 위해 투자 규모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전기차 시장은 올해 75만대에서 2030년 602만대로 급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율주행과 AI 기술력은 미국이 전 세계에서 1위의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다. 단순 시장 규모로 보면 중국이 미국보다 앞서지만, 구매력 있는 소비자와 첨단 기술력을 고려하면 미국 내수 시장을 잡아야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표적으로 합작법인인 모셔널이 현대차 자율주행 기술력 확보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모셔널은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운전자 없는 자율주행 자동차의 시험 주행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완전자율주행 기술력을 입증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미국이 우리나라보다 자율주행 기술 면에서 2~3년가량 앞서 있다"며 "미국이 '테스트 베드'로서의 역할을 하고, 우리가 이를 잘 활용하면 자율주행 시장에서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자율주행과 AI가 반도체와 함께 한미 간 기술동맹의 '매개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이번 대규모 투자와 관련해 바이든 행정부의 '그린뉴딜' 및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미국제품 구매) 정책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 미 연방정부가 미국산 제품을 우선해서 구매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바이 아메리칸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올해 10월부터는 미국산 제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완성차의 생산 부품 비율을 60%로 상향 조정한다.
현대차그룹이 대미(對美) 투자를 통해 미국 시장 공략과 첨단 기술 확보에 나섰지만, 투자의 결실이 미국 내에만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시장에서 우선 출시해 인정받은 첨단 기술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의 경우 미국이 '네거티브 규제'(법·정책에서 금지한 행위가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방식) 정책을 펼치는 점을 활용해 다른 국가에서 하지 못하는 시험 주행 등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 회장도 바이든 대통령과의 면담 이후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미국에 투자하면 한국도 같이 늘어나게 된다고 봐야 한다"며 "이제는 어디는 하고, 어디는 안 하고 이런 시대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액 같은 면만 예민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면서 "해외 투자를 하면 국내에도 고용효과가 있을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찾으면 한국에서도 찾아 같이 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pc@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