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이민간 홍콩인 24% 국가보안법 관련 PTSD 시달려"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최근 영국에 이민 간 홍콩인의 약 4분의 1이 2019년 반정부 시위와 이후 제정된 홍콩국가보안법과 관련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현지 시민사회단체 영국홍콩교민협회(HKB)가 지난 14일 공개한 '영국에 도착한 홍콩인들의 정신건강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으로 이주한 지 1년이 안 된 홍콩인의 23.8%가 2019년 시위와 2020년 6월 시행된 홍콩국가보안법과 관련해 외상후스트레스장애의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증상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응답자의 25.8%는 불안함, 18.9%는 우울함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응답자의 62%는 영국으로 이주하면서 자신들의 전반적인 정신 건강이 개선된 것으로 믿는다고 답했다.
설문은 영국에 이민 온 홍콩인 650여명을 대상으로 지난 3∼4월 온라인으로 진행됐으며, 12개의 사례 연구를 위해 추가 인터뷰가 병행됐다.
설문 참여자 대다수가 35∼44세로 영국에 온 지 7개월에서 11개월 된 이들이었다.
90%가 영국해외시민(British National Overseas·BNO) 여권 소지자들이었고, 나머지는 영국 시민권자이거나 망명 신청자들이었다.
영국은 중국의 홍콩국가보안법 제정에 반발해 지난해 1월 BNO 여권 소지자들을 대상으로 자국 이민 문호를 확대했다.
이에 지난해 홍콩인 약 10만3천여명이 영국 비자를 신청했고, 그중 9만7천여명이 승인받았다.
홍콩국가보안법은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가지 범죄를 최고 무기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한다.
홍콩 경찰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170여명을 체포했으며, 많은 민주 진영 인사들이 이 법의 시행 전후로 해외로 도피했다.
홍콩 경찰은 또한 2019년 송환법에 반대해 촉발된 반정부 시위와 관련해 1만여명을 체포했고, 관련 재판의 상당수가 아직 진행 중이다.
이번 설문 응답자의 일부는 홍콩에 남아있는 가족을 방문하고픈 바람을 드러내면서 정치적 이야기를 꺼렸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홍콩 당국이 국가보안법을 다른 사법권에도 적용하겠다고 주장하고 있어 이를 위반한 경우 홍콩으로 돌아갔을 때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응답자는 "내 고향 땅으로 자유롭게 여행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싫다"며 "누구도 추방되거나 도망자가 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보고서는 영국 공적 의료서비스인 국민보건서비스(NHS)의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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