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스 당선 발표 미뤄야"…인권단체들 대법원에 소송
대선 압승에도 "후보 자격 없어"…의회, 다음주 공식 선언 예정
선관위 '출마자격 박탈' 청원 기각에 이의 신청도 제기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필리핀 인권단체들이 지난 9일 실시된 대선에서 승리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64) 전 상원의원의 당선 확정 발표를 미루기 위해 법적 조치에 나섰다.
18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현지 인권단체들은 필리핀 의회가 마르코스의 당선 확정을 선언하지 못하도록 해달라며 전날 대법원에 소송을 냈다.
이들 단체는 마르코스가 대선 유세 기간에 범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적이 없다고 거짓말을 했기 때문에 출마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마르코스는 공직을 맡았던 1982∼1985년에 소득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아 지난 1997년 탈세 혐의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바 있다.
한 인권단체의 대변인을 맡고 있는 피데스 림은 "부적격 후보가 선거에서 이겼더라도 출마 자격이 없는건 마찬가지"라면서 "대법원은 뻔뻔한 거짓말이 법치를 훼손하는걸 놔둬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필리핀 의회는 다음주 이번 선거의 투표 결과를 재확인한 뒤 마르코스의 차기 대통령 당선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마르코스는 비공식 집계 결과 3천110만표를 얻어 경쟁자인 레니 로브레도(57) 부통령을 1천600만여표 차이로 이기고 대선 승리를 확정지었다.
부통령 선거에서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딸인 사라(43) 전 다바오 시장이 3천156만표를 획득해 당선됐다.
이와 함께 인권단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마르코스의 대선 출마 자격을 박탈해달라고 제기한 여러 청원을 선관위가 모두 기각한 것과 관련해 이틀전 대법원에 이의 신청을 냈다.
필리핀 내국세법에 따르면 세금 관련 범죄 혐의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으면 공직 선거에 나올 수 없다.
그러나 선관위는 청원의 근거가 부족하다면서 모조리 기각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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