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의 우크라, 오기의 러시아…멀어지는 평화협상

입력 2022-05-18 10:21
수정 2022-05-18 17:15
자신감의 우크라, 오기의 러시아…멀어지는 평화협상

서방 무기 지원 받는 우크라 "협상 우위" 자평

"러시아, 전쟁 차질 온세상 다 아는데 협상 어려울 것"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평화협상 타결 가능성이 점점 옅어진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열세 예측을 뒤집고 러시아군을 상대로 연거푸 전과를 거둔 우크라이나는 당장의 불리한 협상안을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보인다.

러시아 역시 전쟁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별다른 성과도 없이 협상으로 출구를 모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측 모두 최근 협상이 지지부진하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우크라이나 측 미하일로 포돌랴크 평화협상단장은 이날 성명에서 "회담은 일시 중지됐다"며 "다만 어떤 전쟁이든 결국 똑같이 협상 테이블에서 끝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도 현재 협상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는 협상에서 사실상 철수했다"고 협상 중단의 책임을 우크라이나 쪽으로 돌렸다.

양측의 마지막 대면 협상은 3월29일이었다.

먼저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확보하면서 협상에 소극적으로 돼 간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크라이나는 수도 키이우를 성공적으로 방어한 데 이어, 제2도시 하르키우도 수복했다. 러시아군이 지휘 불안·군수 차질 등으로 허둥대며 틈을 노출하자, 이를 놓치지 않고 곳곳에서 크고 작은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특히 서방 국가의 무기 지원이 끊임없이 흘러들어오고 있어 앞으로도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기대도 크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최근 독일 언론과 인터뷰에서 "전투에서 더 자신감을 갖게 됐기에 협상에서 더 높은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차, 이르핀 등에서 벌어진 러시아의 '학살 범죄'도 우크라이나 내에서 평화협상을 반대하는 강경론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우크라이나의 마리아 졸키나 정치평론가는 "(협상 결과) 2월24일 침공 이전, 즉 러시아가 돈바스 지역 내 3분의 1을 실질적으로 통제하던 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우크라이나인을 만족시키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 영토 상당 부분을 통치하겠다는 욕심을 버리지 않는다는 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를 늦추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평화협상이 지지부진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반 티모페에프 러시아 국제문제연구소 국장은 NYT에 "전쟁이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전 세계가 다 아는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이 평화 협상을 타결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러시아 측 협상 대표단장인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러시아 총리는 NYT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와 평화 협상에 대한 관심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협상을 마치면 우크라이나가 평화적이고 다정한 이웃의 중립국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오스트리아 모델'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스트리아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이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는 가입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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