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최대에너지 업체 "러시아 은행에 루블화 계좌 개설"
에니, 성명 통해 공식 확인…"대러 제재 틀과 어긋나지 않아"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 최대 에너지업체 에니(Eni)가 17일(현지시간) 러시아산 가스 대금을 결제하고자 러시아 가스프롬 은행에 루블화 계좌를 개설한다고 밝혔다.
안사(ANSA) 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에니는 이날 성명에서 임박한 대금 결제 시한을 고려해 러시아 정부가 제시한 새 대금 지급 절차를 준수하기 위한 예방 조처로 가스프롬은행에 2개의 계좌를 개설하는 절차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하나는 유로화용, 다른 하나는 루블화용이며 계좌명은 'Z'라고 한다.
에니는 관련 절차가 이탈리아 당국의 동의 아래 진행 중이며, 러시아에 대한 국제 제재의 틀에도 배치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러시아 당국이 송장 발행과 대금 결제는 계속해서 유로화로 이뤄질 것임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에니는 유럽 내 러시아산 가스 최대 수입업체 가운데 하나다.
이 업체의 다음 가스 대금 결제일은 이달 20일께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러시아 정부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을 포함한 비우호국에 대해 4월 1일부터 가스 구매 대금을 루블화로 결제하도록 하는 대통령령을 공포했다.
다만, 실제 결제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유로화 또는 달러화로 가능하다.
가스 구매 업체가 러시아 가스프롬 은행 계좌에 유로화나 달러화로 대금을 납입하고 은행 측에서 이를 루블화로 바꿔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으로 이체하는 방식이다.
에니 측은 대금 입금을 유로화로 하는 데다 환전도 서방권 제재 대상인 러시아 중앙은행이 아닌 다른 금융기관에서 처리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이날 역내 업체들이 기존 계약서에 합의된 통화(유로 또는 달러)로 가스 대금을 지불하고 해당 통화로 거래가 완료됐다고 신고하는 한 제재 위반이 아니라는 지침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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