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가 올린 법인세 원상복귀하나…5년만에 최고세율 조정검토
추경호 "법인세 인하 늘 얘기했다"…최고세율 25%→22% 환원 가능성
올해 국세수입 중 법인세수만 100조원…세율 내리면 재정 여건 악화 우려
일감 몰아주기 과세 개선·스톡옵션 비과세 한도 상향 등 조세 지원책도 거론
(세종=연합뉴스) 곽민서 기자 = 민간 주도 성장을 내세운 윤석열 정부가 출범 첫해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추진할지 관심이 쏠린다.
인하 시에는 문재인 정부 첫해에 인상된 최고세율을 5년 만에 원래대로 되돌리는 방식이 가능할 전망이다.
◇ 하반기 세법 개정 때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가능성
18일 관계 부처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하반기 기업 투자 촉진과 혁신 지원 등을 위한 법인세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에 맞춰 법인세 인하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검토 결과에 따라서는 올해 세법 개정을 통해 최고세율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인사 청문을 위한 서면 답변에서 "민간 주도 성장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고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높은 최고세율 수준 및 복잡한 과세표준 구간 등 현행 법인세 과세 체계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인사 청문회에서도 "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주요 경쟁국 대비 우리나라의 세율이 높고, 조세 경쟁력도 좋지 않다는 측면에서 법인세를 인하해야 한다고 늘 이야기했다"며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언급했다.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던 2020년 7월에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0%로 인하하고 과세표준 구간도 현행 4개에서 2개(2억원 이하·2억원 초과) 구간으로 줄이는 내용을 담은 법인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 이명박 정부 22% → 문재인 정부 25% → 윤석열 정부 22%?
이로써 정부는 5년 만에 다시 법인세 최고세율 조정을 검토하게 됐다.
직전 문재인 정부는 출범 첫해인 2017년 세법 개정을 통해 과세표준 3천억원 이상 구간을 신설하고 28년 만에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상했다.
최고세율 인하 자체는 2009년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 된다.
당시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표방한 이명박 정부는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춘 바 있다.
이에 따라 만일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가 이뤄진다면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에서 25%로 인상된 최고세율을 종전 최고세율인 22%로 환원하는 방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추 부총리가 제시했던 최고세율 20%도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최근 들어 법인세율을 한꺼번에 0.5%포인트나 인하한 적이 없는 데다 최고세율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낮아지는 측면 등을 고려하면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 올해 법인세만 100조원…세율 인하 시 재정 악영향 우려
다만 최고세율 인하가 재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법인세는 전체 국세수입의 ¼을 웃돌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세목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최근 세입 경정(세입 전망 수정)을 통해 발표한 초과세수 53조3천억원 가운데 절반 이상인 29조1천억원은 법인세에서 나왔고, 이에 따른 올해 법인세수 전망치는 104조1천억원에 달했다.
여기서 법인세 최고세율이 인하되면 수조원대 세수 감소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019년 신고 법인 기준으로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추 부총리가 발의한 법안대로 법인세 최고세율을 20% 인하하고 과표 구간을 단순화할 경우 법인세수는 연평균 5조7천억원, 5년간 28조5천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최고세율을 22%로 내릴 경우 이보다 정도는 덜하더라도 여전히 세수 감소 효과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정부도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가 재정에 미칠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체적인 인하 방향을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 세제 지원책도 예고
정부는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 등을 유도할 수 있는 각종 세제 지원책도 마련할 예정이다.
우선 해외에서 국내로 돌아오는 유턴 기업에 대한 세액 감면 요건을 완화하고, 국내외 기업이 쌓아둔 유보소득 배당을 유도한다.
특히 해외 유보소득의 경우 거주지주의 과세 방식(기업이 해외에서 소득을 얻으면 소득발생지인 해외국가뿐만 아니라 기반을 둔 국가에도 세금을 물리는 것)을 원천지주의 과세 방식(해외 소득에 대한 과세는 면제)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원활한 기업 승계 지원을 위해 현행 가업상속공제 요건을 완화하고, 업종 변경 등에 제한을 둔 사후 관리 요건도 풀어주는 방안을 모색한다.
또 일감 몰아주기 과세 등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조세 제도는 적극적으로 발굴해 개선한다.
코스닥 상장 벤처기업의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행사 이익에 대한 근로소득세는 5년간 분할 납부를 허용하고, 비과세 한도도 현행 5천만원에서 2억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들여다본다.
중소·중견기업이 아닌 대기업에 대한 지원도 검토한다.
추 부총리는 앞서 인사 청문 서면 답변에서 "세제에서 대기업과 그 외 기업 간 과도하게 차별적인 취급은 지양될 필요가 있고, 현재 총부담 세액 기준 상위 1% 법인이 전체 법인세의 84%(2020년 신고 기준)를 부담하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를 위해 대기업 이월결손금 공제 한도(각 사업연도 소득금액의 60%)를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하고, 중장기적으로 기업 규모에 따른 지원 방식 자체를 재검토한다.
ms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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