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러, 잇단 패퇴 뒤 대규모 반격설…"루한스크 집중"
"푸틴, 전쟁 전체 전략 수정해야 할 처지" 분석
소모전 장기화하면 러시아가 더 인내심 발휘해 위험할 수도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에 제2 도시인 동북부 하르키우 전선에서 퇴각한 러시아 군이 대규모 공세를 준비 중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이날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자국군이 러시아군을 몰아내고 러시아와 맞닿은 국경까지 도달했다고 발표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하르키우 탈환이 러시아 보급선의 핵심을 타격할 수 있는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군사 분석업체 로찬 컨설팅은 우크라이나군 포병이 하르키우와 마주 보는 러시아의 주요 물류 거점 벨고로드 일대를 직접 공격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또 벨고로드에서 우크라이나 이지움과 다른 지역의 러시아군 기지로 이어지는 보급로도 방해할 수 있다고도 봤다.
이지움은 하르키우에서 동남쪽으로 두 시간 거리에 있는 도시로, 러시아와 돈바스 지역으로 통하는 요충지다.
올레흐 시네흐보우 하르키우 주지사는 "적군(러시아군)은 자리를 지키려는데 대부분의 노력을 쏟고 있으며 이지움에서 공세를 준비 중"이라며 러시아군의 대규모 반격을 경고했다.
이어 최근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점령지를 최근 잇달아 수복하는 상황이지만 역내 상황은 여전히 불안정하다고 우려했다.
러시아는 15일 비교적 안전지대로 여겨지는 서부 르비우에 있는 군사시설을 미사일로 폭격했다.
최근 우크라이나군은 눈에 띄는 전과를 올렸다.
러시아군은 11일 우크라이나 동부 시베르스키도네츠강을 건너다 우크라이나의 집중된 포격으로 대대급 전력을 잃어 전술 부족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왔다.
영국 국방부는 15일 일일 전황 보고를 통해 "현재 러시아군은 2월에 투입한 지상군 병력의 3분의 1을 상실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러시아군이 돈바스 일부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대규모 포위를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군이 이지움과 그 아래 도네츠크주 사이를 지키는 것을 포기하고 대신 동쪽에 있는 루한스크주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고 해설했다.
이처럼 러시아군의 전력 손실이 계속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서는 우크라이나 전체 전략을 수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크림반도, 돈바스 지역 일부 등 2014년 러시아에 빼앗긴 영토를 되찾는 것을 목표로 내세웠다.
미국과 우크라이나 당국은 우크라이나군이 한때 러시아군이 점령했던 이들 지역을 수복하려 할 때 러시아가 어떻게 대응할지를 주목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에서 주민투표를 해 자국 영토로 편입하려는 움직임이다.
이런 방식의 병합이 현실화하면 해당 지역에 대한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이 곧 러시아 영토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으로 간주해 러시아가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국제 싱크탱크 대서양위원회 유라시아센터의 멀린다 헤어링 사무차장은 "전쟁이 소모전으로 치닫고 미국은 이 전쟁이 오래갈 것이라는 걸 안다는 점이 가장 위험하다"라며 "푸틴 대통령은 이 분쟁에 진지하고 서방보다 더 인내심을 가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전을 지원하는 서방은 전쟁 목표를 명확하게 정의하지 않은 상태다.
미국은 우크라이나군의 '승리'가 어떤 의미인지 정의를 내리지 않았고 영국도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성공을 어느 정도까지 바라보는지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다만 러시아가 침공 전인 2월 23일 위치로 후퇴하고 당초 군사 목표 달성에 실패한다면 서방 입장에서는 승리라고 할 수 있다고 WSJ는 전했다.
이번 전쟁을 계기로 나토의 추가 동진이 급물살을 탔고, 유럽은 역내 방위를 강화하고 에너지를 러시아에서 독립한다는 움직임이 일면서 서방으로서는 방위·지정학적 수확을 얻은 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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