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대령처럼 전투 지휘…아마존 베이조스가 배송하는 꼴"
서방 소식통 "러軍 대대급 전멸 부른 도하작전도 푸틴이 관여"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특별 군사작전'이라는 명목으로 우크라이나 전격 침공을 명령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여단급 작전까지 일일이 관여하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과 더타임스는 16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이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창모장과 머리를 맞대고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의 작은 움직임까지 진두지휘하고 있다고 서방 군사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푸틴과 게라시모프가 통상 대령이나 여단장이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수준의 전술적 의사결정에 관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으로 치면 합참의장 격인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은 한때 해임설이 나돌았으나 여전히 푸틴 대통령을 밀접하게 보좌하고 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러시아군에서 대령이나 여단장은 일반적으로 2개 대대 장병 900명을 통솔한다며 푸틴 대통령이 700∼1천명 정도의 소규모 군대를 지휘한다는 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택배기사로 나선 것과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은 지휘체계의 문제점 때문이라는 분석은 그전부터 있었다.
현장 지휘관을 신뢰하지 못하고 우크라이나에서 800㎞ 떨어진 모스크바에서 푸틴 대통령이 현장과 동떨어진 지휘를 내리는 탓에 오판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서방 소식통은 지난 8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시베르스키도네츠강을 건너려다 우크라이나군에 적발돼 대대급 병력이 전멸한 사건을 예로 들면서 이 도하작전에도 푸틴 대통령이 관여했다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러시아군은 서방 군대와 비교했을 때 위에서 아래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톱다운' 방식으로 움직인다"면서 푸틴 대통령이 여단급 작전까지 관여하는 것은 최전방에서 러시아 장성 12명이 전사하면서 현장 사령관이 부재한 상황과 무관치 않다고 분석했다.
벤 베리 전 영국군 여단장은 "정부 수반은 군사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보다 더 나은 일을 해야 한다"며 "일상적인 활동에 매몰되기보다는 정치적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옛소련의 정보기관 국가보안위원회(KGB) 요원 출신인 푸틴 대통령은 소련 시절 포병대대를 지휘한 적이 있다고 몇 년 전 밝힌 적이 있다.
크렘린궁이 올린 동영상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피터 폴 요새를 방문한 자리에서 "포병대대장으로 중위 계급장을 받았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과거 경험을 되살려 작은 군사작전까지 진두지휘하고 있지만, 러시아군의 실패는 푸틴의 간섭이 촉발한 측면이 크다고 더타임스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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