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장기집권 앞두고 충성 경쟁 속 마오쩌둥과는 선 긋기"

입력 2022-05-16 17:38
"시진핑 장기집권 앞두고 충성 경쟁 속 마오쩌둥과는 선 긋기"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이 결정될 올가을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시 주석에 대한 충성 경쟁에 펼쳐지고 있지만 마오쩌둥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일에는 제동이 걸렸다고 16일 전했다.

SCMP는 지난 2월부터 중국 남부 광시좡족자치구 난닝시가 시 주석의 어록을 모은 포켓북을 무료로 배포하고 여러 차례 낭독회까지 열었으나 해당 캠페인에 대한 현지 언론의 보도는 4월 말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고 전했다.

신문은 "난닝시 당위원회 선전부가 편찬한 시 주석 어록에 대해 현지 관리들과 주민들은 '생생하다', '이해하기 쉽다', '휴대하기 편하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며 "그러나 마오쩌둥 시대를 소환하며 시 주석을 과장되게 칭찬한 일부 이전 사례처럼 이에 대한 보도는 폐기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중국 전역의 관리들이 올가을 당대회에서 3연임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되는 시 주석에 대한 지지를 표시할 다양한 방법을 찾는 가운데 난닝시의 혁신적인 찬양 시도는 마오쩌둥 시대의 너무나 충격적인 권위주의 시절을 떠올리게 하고 말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문가들은 시 주석의 어록집과 농부부터 학생까지 그 책에 몰두하고 있는 사진을 배포하는 것은 대중의 진짜 지지보다는 지방 관리들의 기회주의적 행동을 보여준다고 지적한다"고 덧붙였다.

호주 싱크탱크 로위 연구소의 리처드 맥그레거 선임 연구원은 "나는 이러한 책에 대한 풀뿌리(계층의) 수요가 있다고 상상할 수 없다"며 "이는 지방 관리들이 지도자를 위해 벌인 일의 성격이 강하다. 그것도 시 주석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함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향후 승진을 확보하기 위함이다"고 말했다.

앞서 시 주석은 지난달 21∼22일 난닝에서 열린 공산당 광시 대표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20차 당대회 대표(대의원 개념)로 선출됐다.

광시 당 위원회 전체회의 발표문에는 "영원히 지도자를 추대하고 호위하고 추종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5년 주기에 따라 올 하반기에 열릴 예정인 당대회는 2012년부터 최고지도자로 재임 중인 시 주석의 집권 연장 여부가 결정되는 무대다. 2018년 헌법상의 국가주석직(임기 5년) 3연임 제한 규정이 철폐된 이후 관측통들은 20차 당대회에서 시 주석이 당 총서기로 유임됨으로써 전임 장쩌민·후진타오 시기 최고 지도자의 '10년 집권' 전통을 깨고 장기 집권으로 나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당대회를 앞두고 지난 1월 우정룽 장쑤성 당서기는 '시 주석의 굳건한 수호자, 충성스러운 추종자'가 될 것을 관리들에게 촉구했다.

지난달 선이친 구이저우성 당서기는 시 주석이 2016년 당의 핵심 지도자로 추대된 것은 국가와 모든 인민에게 축복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달 시 주석이 참석한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패럴림픽 표창 행사에서는 니후이중 대표단 단장이 "중국 선수들의 기록적인 메달 획득은 현명한 지도자 덕분"이라고 말했다.

중국공산당 중앙당교 기관지 학습시보의 전 편집장으로 현재 뉴욕 싱크탱크 '중국전략분석'에서 일하는 덩위원은 시 주석에 대한 감정적인 지지가 증가하는 것은 개인 숭배에 대한 당의 제약의 한계를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공산당 헌법 10조는 "모든 형태의 개인 숭배를 금지한다"고 규정했다. 1982년 도입된 이 조항은 마오쩌둥이 촉발한 정치·사회적 혼란인 문화대혁명(1966∼1976)을 제한받지 않은 개인 권력의 결과라고 당시 중국 지도자들이 결론 지으면서 만들어졌다.

덩위원은 "당 헌법은 개인 숭배를 금지한다. 그러나 어떤 고위 관료도 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보지 못했다"며 "이러한 경향은 2016년 시 주석이 '핵심'으로 추대된 이후 너무나 분명해져서 중국의 모든 이들이 이를 외면하고 있다. 그렇기에 어록 포켓북 같은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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