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드론, 게임체인저 못되더라도 정찰·선전 첨병"
우크라, 터키제 맹활약 속 미국제 자폭드론도 기대
"러, 뒤처지는 형국…공급지체·소모전 탓 결정적 역할은 못해"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장기화하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무인기)의 역할이 다시 주목을 받는다.
1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드론이 전쟁 승패를 가를 '게임체인저'가 못 되더라도 정찰과 선전에 유용하다고 분석했다.
전황을 살펴보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보다 그런 면에서 드론을 더 효과적으로 썼다.
우크라이나는 적군 동태를 파악하거나 기습 성공 장면을 촬영해 적군의 패퇴를 홍보하는 데 적극 활용했다.
최근 터키제 '바이락타르 TB2' 드론을 앞세운 우크라이나의 선전 홍보물을 보면 쓰임새가 잘 드러난다.
전략 요충지인 흑해 즈미니(뱀) 섬에 주둔한 러시아 포대 폭격, 근처 러시아 상륙정 궤멸, 러시아 병사들이 내리는 Mi-8 헬기 격추 등이 전세계에 배포됐다.
이 같은 장면이 개개 전투에 불과해 전쟁 상황 전체를 대변할 수는 없지만 우크라이나의 선전을 강조하는 데에는 효율적인 것으로 관측된다.
가디언은 "드론이 작전에서 효과적이고 선전을 위해 사용되고 있지만 군사적으로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는 점은 확실하다"고 지적했다.
드론이 게임체인저가 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대규모 투입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게 그 이유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양측이 모두 제공권을 장악하지 못해 많은 드론이 격추되는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우크라이나가 전쟁 초기에 투입한 TB2 드론은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가 다시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TB2 드론 20여대가 모두 격추된 데다가 터키가 러시아의 심기가 불편해질 것을 우려해 추가 판매를 꺼렸기 때문으로 본다.
이들 드론은 대당 가격이 100만∼200만 달러(약 13억∼26억원) 정도로 전해진다.
그러다가 최근 다시 나타나 흑해 포대나 상륙정을 공격한 터키제 드론은 신형 T253으로 우크라이나가 재차 공급받은 것들로 관측된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에서도 덜 정교하기는 하지만 정찰·자폭 가능이 있는 드론인 '스위치블레이드' 시리즈를 최소 700대 지원받기로 했다.
그밖에 우크라이나는 중국의 드론업체 DJI가 제작한 정찰 드론 6천대도 돌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드론 전력은 전체적 전황을 뒤집을 규모가 아니지만 러시아보다는 앞섰다는 평가다.
러시아는 TB2에 상응하는 자국산 '오리온' 드론을 투입했으나 규모가 수십대 정도로 많지 않았고 격추 때 공급도 원활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됐다.
더글러스 배리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연구원은 "러시아가 1990년부터 이 분야에 과소투자를 한 까닭에 뒤처지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격추된 '오를란 10' 정찰 드론에서는 접착제로 붙여넣은 캐논 DSLR 카메라가 발견되는 등 공급이 심각하게 지체되는 정황을 노출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장기 소모전에서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드론의 역할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본다.
영국 포츠머스대의 드론 전문가인 피터 리 교수는 "쌍방이 제공권을 갖지 못한 상황에서 드론의 중요한 용처는 100년 전 비행기가 그랬던 것처럼 정보 수집, 상황 파악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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